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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뉴시스> |
동부제철 차등감자와 추가지원 등이 담긴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됐다. 채권단이 모두 동의하면 그대로 확정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경영정상화 방안이 채택되면 동부제철 경영권을 잃게 된다. 동부그룹은 경영정상화 방안이 가혹하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그러나 채권단은 경영정상화에 대한 김 회장의 협조가 미흡하다면 동부제철을 되찾을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주지 않을 뜻을 비쳐 경영정상화 방안을 놓고 갈등도 예상된다.
◆ 차등감자와 자금지원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
산업은행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각 채권금융기관에 23일 배포했다.
경영정상화 방안에 동부제철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100대1, 일반주주는 4대1 비율로 차등 무상감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동부제철 채무원금 상환을 2018년까지 유예하는 것도 들어갔다. 채권금리는 담보채권 3%, 무담보채권 1%를 인하한다.
동부제철에 대한 출자전환 530억 원과 5천억 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도 경영정상화 방안에 담겼다. 동부제철이 신용장(L/C)을 개설할 수 있도록 1억 달러(약 1044억 원)의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신용장은 수입업자가 특정 조건 아래에 지불능력이 있음을 은행이 보증하는 증서다.
산업은행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각 채권금융기관의 찬반여부 회신을 오는 30일까지 받아 결정한다.
동부제철 채권금융기관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농협은행,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 총 9곳이다.
경영정상화 방안이 채택될 경우 채권단은 동부제철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이번 방안은 각 채권금융기관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만 시행할 수 있다. 일부가 반대해 빠질 경우 남은 기관의 지원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권단 중 75%가 찬성할 경우 경영정상화 방안이 채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수은행 및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은행이 아닌 일반 시중은행은 추가 자금지원을 꺼리고 있다”며 “시중은행 중 일부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구조조정 작업도 늦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김준기 동부제철 되찾을 기회도 봉쇄되나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등감자 등을 포함한 이번 경영정성화 방안이 채택되면 김 회장은 동부제철 경영권을 잃게 된다.
차등감자 대상인 동부제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체의 36.94%다. 최대주주는 지분 11.23%를 보유한 동부씨엔아이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씨는 7.39%를 소유하고 있고 김 회장도 4.04%를 지니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은 경영진이 부실경영을 했거나 분식회계를 일으키지 않았으며 자본잠식 상태인 것도 아니다”라며 “환경요인이 큰데 경영진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처럼 보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동부제철 경영위기가 김 회장 등 경영진의 책임으로 본다. 김 회장이 사재출연 등 기업정상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제3자에게 기업을 매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은 김 회장에게 동부제철 지분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기업 정상화 후 채권단이 재매각에 나설 때 가장 먼저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2010년 금호산업에 대해 100대1 차등감자를 당했으나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아 금호산업에 2200억 원을 유상증자하는 등 기업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김 회장이 사재출연을 끝까지 거부하는 상황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바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