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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
세월호가 23일 인양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7시간 미스터리도 함께 인양될까?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조서를 검토하는 데 무려 7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아마도 그 7시간은 박 전 대통령 생애에서 가장 치열한 7시간이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걸린 7시간이었을 터이니 꼼꼼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검찰조사를 무려 14시간이나 받아 피로가 물밀 듯 밀려왔을 터인데도 그 피로를 이겨내고 조서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 7시간의 꼼꼼함과 치열함을 세월호 침몰 당일 보여줬다면? 아마도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이 바뀌지 않았을까?
돌아보면 박 전 대통령 몰락의 시작은 세월호 당일 7시간 미스터리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이 국민을 외면했다는 놀라움이 분노로 번졌고 마침내 퇴진을 요구하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런 변화를 보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고 비선실세 최순실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미르와 K스포츠 설립조차도 내 편을 만들겠다는 본능에 충실한 행동이었는지 모른다.
이런 통치행위는 박 전 대통령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당일 박 전 대통령이 검찰도 놀라게 한 꼼꼼함과 치열함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면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박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국민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산소통을 메고 학생들을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
1980년대 교정에는 1960년대에 ‘여고생 박근혜’를 직접 가르쳤던 원로 선생님들이 몇분 계셨다. 그분들은 당시 육영재단 이사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학창시절을 자랑스럽게 회고하곤 했다.
발랄하게 재잘거리는 모습과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을 성대모사에 동작까지 흉내내며 전해줬다. 박 전 대통령에게 소풍을 간다는 말을 듣고 육영수씨가 한달음에 학교를 찾아와 선생님들에게 스카프를 선물했는데 그 스카프가 얼마나 우아했는지도 알려주기도 했다.
당시 기자도 선생님들의 말을 통해 사랑스런 ‘박근혜 선배님’에게 어느새 매료됐다. 나이가 들고 박 전 대통령을 보면서 그 매료에서 벗어났다. 아마도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7시간에 걸쳐 조서를 꼼꼼하게 수정했다는 말을 듣고 그 치열함 만큼이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미스터리도 규명돼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다시 봄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세월호는 인양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