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 ZTE에 밀리며 점유율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화웨이도 미국진출을 앞두고 있어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G6’의 출시시기가 삼성전자 갤럭시S8과 겹쳐 흥행을 낙관하기도 어려워진 만큼 LG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점유율을 지켜내는 과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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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경제전문지 포천은 22일 “화웨이가 통신사 AT&T를 통해 미국에 정식적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동안 공단말기를 판매하는 데 그쳐 시장공략에 고전했던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그동안 미국 진출을 목표로 메이트9 등 스마트폰을 온라인으로 판매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장 특성상 한국과 같이 통신사를 통한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화웨이가 중국 외에 유럽 등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며 글로벌 3위 입지를 굳히고 있는 만큼 미국 통신사에서 정식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게 되면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굳건한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중국 ZTE 역시 최근 들어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ZTE는 올해 초 미국에서 판매량 점유율이 10%를 돌파하며 3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장기간 3위를 유지했으나 이번에 자리를 내줬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의 틈을 노려 ZTE의 미국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깝게 급성장했다”며 “LG전자의 점유율은 4위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점유율도 올해 들어 이전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것을 볼 때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발생한 대기수요가 대부분 ZTE 등의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ZTE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주력모델은 400달러의 ‘액슨7’ 등 중저가 제품이다. 퀄컴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와 4기가 램, 올레드패널 등을 탑재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견줄 정도의 사양을 갖췄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점유율 하락에 이어 프리미엄 신제품 G6의 흥행에도 불리한 환경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G6의 미국 출시일인 4월7일부터 전 세계에서 갤럭시S8의 예약판매를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갤럭시S8은 G6보다 높은 성능의 프로세서와 곡면화면 등을 탑재한다.
중국 ZTE의 점유율 강세가 지속되고 화웨이도 이른 시일 안에 미국 통신사를 통해 진출할 경우 LG전자는 G6의 흥행에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이 7~8위권으로 밀리자 한국과 미국에 역량을 집중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판매비중이 높은 미국시장이 사실상 스마트폰사업에서 ‘마지막 보루’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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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G6'. |
G6이 여러 악재를 넘고 미국에서 흥행한다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낙수효과를 내며 점유율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LG전자가 시장점유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시리즈와 V시리즈가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나타났다. 점유율 유지에 중저가 스마트폰의 역할이 절대적인 셈이다.
LG전자가 최근 미국에서 2017년형 ‘K8’을 150달러, ‘LG포춘’을 90달러에 출시하는 등 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리는 것도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부정적 전망이 기업가치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사업전략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