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황창규 KT 회장을 독대하면서 최순실씨가 소유한 회사의 사업제안서를 직접 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이 황 회장에게 최씨 회사에게 특혜를 직접 요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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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회장(왼쪽)과 최순실씨. |
김인회 KT 부사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2차 공판에 출석해 “황 회장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건넸다는 최씨 소유 회사의)문건들을 건네받았다”고 진술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약 30분간 독대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씨 소유 페이퍼컴퍼니 더블루K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융합 저변확대’를 주제로 작성한 연구용역 계획서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 계획서 등을 황 회장에게 전달했다.
검찰이 “대통령이 직접 용역제안서나 스키단 창단 계획서를 전달해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고 묻자 김 부사장은 “저희는 (스키단 창단 등을 놓고)계획이 전혀 없었고 장기적으로도 필요없었는데 실무처리 입장에서는 무겁게 받아들여졌다”고 대답했다.
김 부사장은 “더블루K 용역제안서를 검토했는데 포맷이 조잡했다”며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융합을 통한 스포츠클럽 저변확대’라고 돼 있는데 실제 내용은 단순히 스포츠클럽을 확대하는 게 좋을지 연구용역을 하겠다는 내용이었고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KT 실무진들이 더블루K 관계자들을 만난 뒤 연구용역 수행 력이 없어 보인다는 보고를 했지만 김 부사장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김 부사장은 “일단 대통령이 직접 회장에게 검토를 요청한 사안이기 때문에 재차 검토를 지시했다”며 “한번 만남을 통해 결정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대통령 요청이어도 필요없다면 거절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김 부사장은 “대통령이 직접 제안서를 부탁했으니 설사 내용이 부실하다 해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김 부사장은 재검토를 한 뒤 황 회장에게 ‘용역대금이 지나치게 높고 직원 역량이 떨어져 용역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고 대통령 직접 요청사안이니 시간을 끌다가 정중히 거절하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황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문건을 받은 지 5개월 뒤 안종범 전 수석에게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KT가 최순실씨 소유의 플레이그라운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한 것도 대통령의 뜻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KT는 지난해 3월 플레이그라운드와 광고대행 계약을 맺은 후 68억 원 상당의 광고 7건을 몰아줬다.
검찰이 “황 회장이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대행사 선정은)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느냐”고 묻자 김 부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