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이 자율적 합의를 통해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을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채권단의 자율적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강구하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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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21일 재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4월 초 채권자집회를 열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만기연장, 이자율 감면, 출자전환 등 광범위한 수준의 채무재조정을 논의한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추가자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채권자들의 논의 결과가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
임종룡 위원장은 채권자들이 자율적 채무재조정에 이르지 못할 경우 법적구속력을 지닌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채권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채권단의 자율적인 합의도 쉬운 일은 아니다.
채권자들이 저마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지난해 채권자들의 자율적 채무재조정에 실패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결국 올해 초 파산했다.
국민연금공단과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자들의 채권보유 비중이 높아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이 과거사례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현대상선의 경우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자가 포함돼 있었지만 채무재조정이 한 차례 부결됐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기금을 운용한다는 비판도 부담일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요구되는 채무재조정 수준이 단순한 만기연장에 그칠지 이자감면이나 출자전환까지 이어질지에 따라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가 아닌 일반여신이나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이해관계도 채무재조정 과정의 변수로 작용한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일반여신과 수출입금융, 선수급환급보증 등을 포함해 모두 1조9천억 원가량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 대우조선해양의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등을 요청했다.
시중은행들은 출자전환에 어느 정도 합의했지만 신규 자금지원 등을 놓고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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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지만 위험노출액 규모가 각기 다른 만큼 시중은행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들은 2015년 10월 정부의 4조2천억 원 지원 결정 이후 오히려 대우조선해양의 여신한도를 7조 원규모에서 2조5천억 원가량 줄였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의 상환유예 등 채권자의 자율적 설득이 손쉬운 작업이었다면 진작에 지원방안이 확정됐을 것”이라며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적 합의에 따른 채무재조정보다 법적구속력이 있는 정식 워크아웃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물론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이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극적으로 자율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한진해운은 채무재조정에 실패해 파산했지만 현대상선은 자율적 채무재조정에 성공해 되살아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