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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경영비리와 관련한 재판에 출석했지만 30분 만에 퇴정했다.
신 총괄회장이 이 과정에서 지팡이를 집어던지는 등 심각한 치매증상을 보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20일 롯데그룹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서 재판이 시작된 2시보다 조금 늦은 오후 2시15분경 휠체어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손에 지팡이를 들고 무릎에 담요를 덮은 모습이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장을 향해 휠체어를 돌리는 법원 직원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변호인이 “회장님이 횡령했다고 검찰이 기소해서 재판을 해야한다”고 설명하자 “내가 횡령을 했다고?”라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서울가정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문제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보고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가 피고인 출석을 확인하며 신 총괄회장에게 “이쪽을 보실 수 있냐”고 물었지만 신 총괄회장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행원이 휠체어를 재판부 정면으로 돌린 뒤 재판부가 생년월일을 거듭 물었지만 신 총괄회장은 “이게 무슨 자리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신 총괄회장에게 “재판중인 것을 모르시냐”고 물었지만 신 총괄회장은 여기에도 명확하게 답면하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은 또 재판 중간중간에 함께 기소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신동빈 회장에게 신 총괄회장 옆자리로 자리를 바꿔 앉을 것을 지시했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종이에 글로 적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재판부가 무슨 얘기를 나눴냐고 묻자 신 회장은 “누가 날 기소했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며 신 총괄회장의 질문을 전했다.
신 총괄회장은 여러 차례 일본어로 “롯데그룹은 내가 만든 회사인데 누가 날 기소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변호인이 상황을 설명했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재판부는 일단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혐의 부인 취지로 정리하고 30여 분 만에 퇴정을 허락했다.
수행원들이 신 총괄회장의 휠체어를 밀며 이동하려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할말이 있다”며 소리쳤고 변호인과 대화를 나눴다.
변호인은 재판부에게 “롯데는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들고 있는데 누가 나를 기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신 총괄회장의 말을 전달했다.
신 총괄회장은 퇴정하는 과정에서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들고 있던 지팡이를 내던지기도 했고 수행원을 때리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모습을 보던 신동빈 회장은 눈물을 보였다. 신 총괄회장의 내연녀인 서미경씨 역시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신영자 이사장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신 총괄회장은 법정을 나온 뒤에도 지팡이를 휘두르며 “돌아가지 않겠다”며 수행원과 실랑이를 벌였고 얼마 뒤 준비된 차량에 올라타 법원을 빠져나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