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곧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인수방안을 허용할지를 놓고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나서자 채권단도 컨소시엄 구성 관련 안건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
|
|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박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지를 놓고 20일 주주협의회에서 서면으로 부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경영자가 아닌 실무자들이 참석한 회의였기 때문에 다음주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관련 안건을 부의할지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법적대응 방안과 함께 안건상정 여부도 일부 논의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채권단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뜻도 있음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그러자 채권단도 압박을 느끼고 주주협의회 안건으로 부의하는 절차를 밟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긴급회의에서 법적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만을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오후 들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채권단 내부에서 기류의 변화가 감지된다.
박 회장은 최근 지속적으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결정에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해오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주주협의회 의결조차 거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6일 “산업은행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통지 공문을 보내면서 더블스타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를 송부해주지 않는다”며 “언론보도가 사실일 경우 산업은행이 주주협의회 의결없이 우선매수권이 박삼구와 박세창 개인에게 있다는 확약서를 단독으로 보낸 점도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했다.
|
|
|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3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인수과정에서 컨소시엄을 허용할지를 놓고 주주협의회의 안건에 올려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히며 인수절차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박 회장과 채권단이 약정한 우선매수권 양도금지조건에는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박 회장은 사전에 서면으로 승인하면 우선매수권을 양도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전 서면승인을 받기 위해 주주협의회에서 부의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지를 주주협의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법적 조치에 나설 뜻을 보였다.
채권단이 20일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지를 놓고 주주협의회에 서면으로 부의할 경우 의결권 기준 75% 이상이 동의하면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된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33.7%와 32.2%의 의결권을 쥐고 있어 2곳 중 하나만 반대해도 부결된다.
KB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은 9.9%와 7.4%,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 광주은행 등 나머지 채권단이 각각 5% 미만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