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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귀남 노무사(왼쪽)와 김영 신일산업 회장 |
선풍기로 유명한 알짜 중소가전업체인 신일산업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신일산업의 대주주에 오른 황귀남 노무사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며 대표이사 해임 등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총 소집을 추진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다.
그러나 황씨는 항고하겠다고 밝혀 경영권 분쟁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 법원, 신일산업에 손 들어줘
신일산업은 황귀남씨가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과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이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황씨는 오는 19일 임시주총을 소집해 경영진 해임 안건을 다룰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법원은 “신청인(황씨)이 회사의 실질주주가 아닌 명의상의 주주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위한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황씨는 윤대중, 조병돈씨 등 2명의 특수관계인과 합쳐 신일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황씨는 제3자로부터 주식 취득자금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법원은 황씨를 실질주주가 아닌 명의상 주주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고 임시주총을 열지 못하게 했다.
황씨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기로 했다.
황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변호사는 “다수 소액주주들이 현 경영진의 문제점에 대해 주주의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돼 많은 주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며 “다음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계속해서 임시주총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또 신일산업 주식 공개매수는 물론 다수 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신일산업 경영정상화 소액주주 조합’을 결성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 신일산업 경영권 분쟁, 어떻게 불거졌나
신일산업은 올해 들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신일산업은 국내 55년 선풍기 역사를 써온 기업이다.
그런데 황씨가 신일산업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적대적 인수합병 의사를 밝혔다. 황씨는 지난 8월14일 기준으로 신일산업 지분 9.49%를 보유하고 있다. 신일산업의 김영 회장의 지분 8.40%보다 더 많다.
김영 회장은 지난 3월 경영권 방어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회사가 그동안 어려워서 흑자를 못 내고 있었고,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쓰지 못해 이런 일이 터졌다”며 “황귀남씨 등은 경영경험이 있지도 않은 사람들로 회사발전이 아닌 불순의도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지난 8월22일 신주인수권을 사들여 신일산업 지분을 12.60%로 늘렸다.
황씨는 김영 회장 등 경영진이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황씨는 김 회장이 SC제일은행과 신한은행에 각 150만주씩 담보로 제공한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점을 방만경영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회장의 연봉이 직원들 평균연봉보다 20배를 훨씬 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현 경영진 해임을 다루는 임시주총 소집에 나섰다. 그러나 법원에서 임시주총 소집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무산됐다.
일부에서 황씨가 시세조정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황씨는 “임시주총이 무산됐다고 해서 주식을 갑자기 팔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