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영수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 내용의 위법성, 파견검사의 재판 관여 등을 문제삼았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삼성그룹 임원 5명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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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부회장은 430억 원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거래해 최순실씨에 직간접적으로 430억 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특검의 시각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공판 절차에서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의 공소장 내용을 문제삼았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에서 공소장은 사건에 관해 법원의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첨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소장에 예단이 생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많아 피고인의 방어권을 어렵게 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등이 수사받은 사실을 적었는데 같은 취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공소사실과 무관한 과거 사실로 마치 이 부회장과 삼성이 조직적·불법적으로 계획했었다는 것처럼 예단하고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에서 오갔다는 대화내용을 직접인용부호를 사용해 공소장에 포함한 것도 문제삼았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당시 대통령이 삼성그룹 경영권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큰 따옴표로 직접 인용하고 있다”며 “단독 면담은 둘만 알고 있는데 대통령은 한번도 조사받지 않았고 이 부회장은 이를 인정한 사실이 없어 어떤 근거로 기재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거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문자와 이메일 등을 일부만 잘라 기재하고 관련자 진술을 광범위하게 인용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예단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하고 공모행위 등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을 명확히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특검 측에 “(다음 공판기일 까지)내부적으로 검토해 정리된 서면을 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팀의 파견검사가 재판에 관여하는 것도 문제삼았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파견검사는 이 사건의 공판에서 소송행위를 할 수 없다”며 “특검법상 특검은 한명이고 특검보가 지휘·감독을 받아 수사권과 공소유지권을 지닌다고 돼있는데 파견검사는 권한규정이 없어 특검법상 공소유지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특검법상 직무수행에서 소속기관에 검사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있다”며 “특검의 공소업무 유지를 위해 검사 파견이 가능하고 파견된 이상 공소유지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현실적으로 특검보 4명이 공소유지를 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파견검사 공소유지 관여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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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왼쪽)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재판부는 “다른 재판에서도 (파견검사 참여 문제가)쟁점이 되고 아직 명시적으로 결정한 재판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가급적 빨리 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9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문 전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국민연금에 행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혐의를 부인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을 주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홍 전 본부장 변호인은 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당시 상황에 비춰 (홍 전 본부장이)합병을 반대하거나 합병비율을 조정하라고 요구해야 할 이유나 임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