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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
대형 유통업체들이 헬스앤뷰티(H&B)숍에 눈독을 들이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성이 높은 헬스앤뷰티시장이 탐스러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CJ그룹의 올리브영이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한 가운데 GS리테일이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 뒤를 롯데그룹의 롭스가 추격하고 신세계그룹도 출사표를 던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헬스앤뷰티업계는 현재 올리브영의 선두 아래서 후발주자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GS리테일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왓슨스가 아직 2위를 지키고 있지만 롭스가 공격적인 확장세를 펴면서 2위 유지가 험난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롭스는 롯데쇼핑이 2013년 홍대에 1호점을 내며 시작했는데 2014년 말 30개, 2015년 말 53개로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 현재 벌써 90여 개로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과 대비해 100% 늘어났다.
올해 역시 점포 35개를 추가로 열 계획을 세워뒀다. 현재 왓슨스 점포수가 130개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턱밑까지 추격하게 되는 셈이다.
롭스는 롯데그룹이 롯데리아 이후 처음으로 인수합병 등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브랜드다. 신동빈 회장의 애정도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출범 당시 신 회장이 자생력을 키우라고 주문한 만큼 자체 매장 확대에 힘을 쏟아 왔다.
롯데그룹은 외부출신 CEO가 드문데 롭스를 이끌 인물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을 거친 강성현 대표를 영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과 함께 온라인몰도 오픈해 온리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편다. 지난해 롯데닷컴에 롭스 단독매장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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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부츠 명동본점 조감도. |
신세계그룹도 영국의 드러그스토어 브랜드 부츠를 도입해 헬스앤뷰티숍업계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부터 스타필드하남점과 명동에 부츠를 연다.
정용진 부회장은 부츠 도입에 2년 동안 공을 들여왔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의 면세점사업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준호 전 신세계디에프(DF) 부사장이 이마트에서 부츠사업 담당 부사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준비해왔다.
정 부회장은 앞서 내놨던 헬스앤뷰티숍 분스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쓴맛을 봤는데 부츠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분스는 4년 전 출범했으나 올리브영과 왓슨스 등에 밀려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매장 수가 3개로 줄어들었다.
부츠의 경우 세계 최대의 드러그스토어 사업자라는 점에서 운영 노하우와 상품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부츠의 자체상품을 비롯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제품을 선보여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의 왓슨스도 일전을 벼르고 있다.
왓슨스도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지원에 힘입어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허 사장은 당초 50%만 보유하고 있었던 왓슨스코리아 지분을 최근 100%로 확대한 뒤 GS리테일로 흡수합병했다.
허 사장이 앞으로 GS리테일의 적자사업인 슈퍼마켓사업을 줄이고 편의점사업과 함께 왓슨스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리테일이 이번 합병을 계기로 왓슨스 가맹사업을 확대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헬스앤뷰티숍시장은 2011년 이후 연평균 20~50%의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1조2천억 원이나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드러그스토어업계의 총매출이 의약품 판매액 1조9479억엔을 제외해도 2014년 기준 4조 엔(40조4400억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는 아직 성장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비해 뷰티와 헬스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이 아직 크지 않은 편"이라며 "헬스앤뷰티숍은 출점거리 제한이나 의무휴업 등 대형점포에 적용되는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앞으로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