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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인구가1800만 명을 돌파했다. |
한국의 아웃도어시장은 올해 7조 원대로 급성장했다. 단일 시장 규모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국내 아웃도어시장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커졌다. 1990년대 초 불과 1천억 원 정도에서 2005년 약 1조 원을 기록하며 10여년 만에 무려 10배가 늘었다.
아웃도어시장은 이후에도 연간 30%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성장이 둔화됐다는 우려에도 11.3% 성장해 약 6조4천억 원 규모로 늘어났다.
아웃도어업계는 등산용품에서 일상복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 성공을 일궜다.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번에 스포츠 의류와 해외시장 진출로 성장을 이어나가려 한다.
◆ 산에서 내려온 아웃도어 열풍
한국 아웃도어시장의 성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주5일제 근무 등으로 등산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갤럽의 2010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가는 등산인구는 180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산에 오르는 셈이다.
그러나 아웃도어업계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 자체를 키워나갔다.
아웃도어업계는 아웃도어 의류는 등산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캐주얼 패션으로 거듭나며 매출을 늘려나갔다.
업계 선두주자 노스페이스는 ‘프리재킷’이라 불리는 검은색 바람막이를 선보이며 시장확대를 주도했다.
프리재킷은 2002년 출시돼 10대 청소년에게 ‘교복’으로 불릴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겨울용 ‘눕시재킷’ 역시 매 시즌 10만장씩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또 아웃도어업계는 성인남성을 주고객으로 하던 전략에서 탈피해 여성과 아동 등 다양한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7세부터 70대까지 연령별로 제품을 세분화하고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웃도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공효진, 탕웨이 등 국내외 여성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하며 여성을 상대로 한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업계는 등산에 한정된 아웃도어의 통념을 넘어 클라이밍, 바이크, 트레일 러닝, 트레킹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맞춘 특화된 제품들을 소개했다.
국내 노스페이스 판매를 담당하는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은 “노스페이스를 포함한 아웃도어 제품들이 용도를 다양화하면서 시장을 키워 왔다”며 “등반과 등산용이던 제품들을 여행, 레저, 러닝, 바이커 용도로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 자체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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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페이스 모델 공효진 |
◆ 연예인과 아웃도어 전문가를 통한 홍보전략
아웃도어 업계가 한국에서 전문 아웃도어 용품과 생활패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 홍보전략도 한몫했다. 이들은 연예인을 모델로 홍보활동을 강화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 연예인을 이용한 마케팅을 처음 선보인 곳은 네파다. 네파는 2008년 KBS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는 가수 은지원과 MC몽을 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높였다.
K2는 2000년 업계 최초로 TV와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 아웃도어가 하나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후 모델로 현빈을 기용했는데 2011년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60%에 이르면서 연예인 마케팅 성공사례로 꼽힌다. 전년 같은 기간의 매출 증가율인 30%에 비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노스페이스도 2009년부터 업계 최초로 패셔니스타인 공효진을 모델로 기용해 아웃도어제품을 패션 아이템으로 부각하고 있다.
아웃도어업계는 전문 산악인 후원에도 힘썼다. 이를 통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극한의 상황에서 제품을 실험함으로써 기능을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노스페이스는 1997년 한국시장에 들어올 때부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극지탐험 등 각종 해외원정을 100회 넘게 지원했다. 특히 박영석 대장은 노스페이스의 후원으로 해외원정에 나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세계적 산악인이 됐다.
한국 노스페이스 담당자는 “박영석 대장은 산악인들 사이에서 연예인보다도 더 유명해 제품홍보에 큰 역할을 했다”며 “기능개발에도 많은 참고가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라고 말했다.
◆ 비싼 가격으로 ‘등골브레이커’ 논란도
그러나 아웃도어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일부 브랜드들의 비싼 가격은 사회적 문제가 됐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많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고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가정책을 택했다. 여기에 몽클레르 캐나다구스 등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해외 아웃도어 명품 브랜드들이 뛰어들며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는 학생들 사이에서 교복으로 통할만큼 인기가 높은데 가격이 50만∼100만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 점퍼는 ‘등골브레이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점퍼를 사주느라 학부모들의 등골이 휜다는 뜻이다.
일부 학교는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 갖기 경쟁이 과열되자 이런 제품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7월 “동일한 아웃도어 제품이라도 국내 판매가가 해외보다 최고 60% 이상 비싸고 평균적으로도 40% 비싸다”라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대표 아웃도어업체 5곳의 재무제표 및 상품가격을 조사한 뒤 이렇게 밝히며 업체의 과도한 판매가격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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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오롱스포츠 모델 탕웨이(오른쪽)와 성준(왼쪽) |
◆ 성장둔화 우려에 시장 넓히려는 아웃도어업계
아웃도어시장의 성장률은 지난 몇 년 동안 평균 30% 이상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11%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아웃도어업계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을 키우려는 아웃도어업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아웃도어업계는 일상복 의류시장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이번에 스포츠 의류에 진출하려 한다.
네파는 지난해 이젠벅을 출시해 아웃도어 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젠벅은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하며 지난해 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치열한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랙야크는 올해 트레이닝 제품군인 ‘네오수트’를 출시했다. 네오수트는 학생들과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운동복과 일상복으로 모두 활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아웃도어업체들은 골프웨어 쪽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K2코리아는 이번달 신개념 골프웨어 브랜드인 ‘와이드앵글’을 내놓았다. K2코리아는 유명 연예인 다니엘 헤니를 모델로 쓰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용진 K2 와이드앵글 이사는 “아웃도어시장은 최고점을 찍었다”며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기 위해 아웃도어에서 축적한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골프웨어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밀레도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와 협업해 골프웨어브랜드 ‘밀레-푸조라인’을 내년 3월 선보인다.
아웃도어업계는 해외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코오롱 스포츠는 이미 중국에서 150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더 늘려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6월 인천공항 면세점에 단독매장을 열어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김기관 코오롱스포츠 영업센터 부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시장 공략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