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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오후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 문제 등과 관련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중징계에 대한 소명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칼 날 위에 섰다.
금융위원회가 직무정지라는 예상치 못한 중징계 결정을 통해 임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임 회장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강력 대응태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검찰 고발, 이사회 해임결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뜻을 비쳤다.
KB금융은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임에 이어 임 회장까지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게 돼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졌다.
KB금융지주는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윤웅원 부사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금융감독원 감독관 파견을 지시했다.
KB금융지주는 KB금융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영권 창출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임영록 "소송 등 모든 수단 강구하겠다"
임 회장은 3개월 직무정지 제재를 받았으나 사임하지 않고 징계에 불복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가 징계를 발표한 직후 “금융위의 직무정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순간부터 진실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2개월이 넘도록 심도 있게 검토해 경징계로 판단한 금감원 제재심의 결정을 최 금감원장이 단 2주일 만에 중징계로 바꾼 후 다시 금융위에서 한 단계 높인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12일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소명을 끝낸 뒤 “진실을 밝히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직원들과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KB금융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등 총 3가지의 권리구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최소 90일에서 최대 1년 이상까지 시간이 걸린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이 뜻을 바꿔 자진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이 KB금융 내부통제 관련 정밀진단을 예고한 시점에서 임 회장이 조직에 불이익을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인수를 앞두고 정부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될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법적대응을 고려한다는 것은 금융당국과 맞서겠다는 뜻인데 이는 KB금융에 큰 부담을 준다”며 “결국 조직을 위해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윤웅원 비상체제 바로 들어간 KB금융
금융위가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내리자 KB금융은 이사회를 열어 윤웅원 부사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금융위가 12일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직후 이사회를 긴급소집해 윤 부사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임 회장이 이날 오후 6시부터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을 고려해 업무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이 의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윤 부사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며 “윤 부사장이 사내이사가 아니어도 직무대행을 맡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사임문제가 이야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진사퇴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전혀 그런 의견은 없었다”며 “이사회에서 사임을 의결하자는 논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윤 부사장과 이사회의 주도 아래 다음해 3월 새 회장을 뽑는 정기주총이 열릴 때까지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신 금융위원장은 이른 시일 안에 이 의장을 만나 임 회장의 거취를 빨리 결정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을 밝혔다. 최 금감원장도 지난 4일 이 의장에게 “KB금융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검찰 고발을 통한 압박 카드도 동원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임 회장의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임 회장이 물러날 경우 KB금융 이사회는 바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후보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KB금융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돼 회사 안팎의 여러 인사 중 최종후보를 선정한다.
그러나 한동안 KB금융의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내부에서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임 회장의 직무정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들 당혹스러워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못 잡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신 금융위원장도 이날 KB금융 경영공백을 우려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라고 12일 지시했다. 이에 따라 KB금융과 국민은행에 금감원 감독관이 파견돼 경영상황을 계속 지켜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