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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세계 1,2위 유통공룡 월마트와 까르푸가 실패한 한국시장에서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독주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국내 유통업체들이 코스트코의 독주를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코스트코 따라잡기에 나섰다. 신세계의 이마트는 2010년 ‘트레이더스’를 개점했고 롯데마트는 2012년 ‘빅마켓’을 열었다.
트레이더스와 빅마켓은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코스트코의 창고형매장 방식을 모방하면서도 국내기업의 이점을 살려 차별화를 꾀하며 승부수를 던진다.
◆ 신세계 이마트의 창고형매장, 트레이더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009년부터 공식석상에서 “창고형매장 진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이마트 중 수익을 내지 못하는 매장을 창고형매장으로 바꾸는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이마트는 경기도 용인에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1호점을 냈다. 이 건물은 애초 월마트였으나 월마트가 한국에서 철수하며 신세계그룹에 매장을 넘겨 이마트로 바뀌었다가 2010년 트레이더스로 바뀌었다. 건물 하나에서 국내 대형마트의 흥망성쇠를 발견할 수 있다.
이후 이마트는 지난달 14일 개점한 수원점까지 지난 4년 동안 총 9개의 매장을 냈다. 서울에 매장은 없으나 경기도(3곳) 인천 대전 대구 부산 충남 경남 등 전국 각지에 골고루 트레이더스 매장이 위치한다. 이 가운데 5개 매장은 기존 이마트 매장을 트레이더스로 전환해 개점했다.
신세계그룹은 20년 전 미국 ‘프라이스’와 기술제휴를 통해 1994년 창고형 할인점 '프라이스클럽'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아 신세계그룹의 부채비율이 높아지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프라이스클럽을 미국 프라이스에 넘겼다.
프라이스는 뒷날 코스트코와 합병하면서 신세계그룹이 운영했던 국내 5개 프라이스클럽 매장은 코스트코로 바뀌었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오늘날 코스트코의 선전은 배가 아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과거 프라이스클럽을 운영할 때 회원제로 운영했으나 트레이더스는 비회원제를 선택했다. 트레이더스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연회비를 받으면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회원제를 포기했다고 분석한다.
또 트레이더스는 결제시 카드종류 제한이 없다. 코스트코의 경우 현금과 삼성카드로만 값을 지불할 수 있어 불편하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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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더스 매장 내부 |
코스트코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대신 연 3만~3만5천 원 가량의 연회비로 매장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마련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마트가 연회비를 받지 않는 것은 코스트코와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 물품의 경우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보다 몇백원 더 비싼 편”이라며 “하지만 연회비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레이더스가 더 저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가 6만여 개의 상품 종류를 취급하는 데 비해 트레이더스는 4천300여 개 상품을 판다. 코스트코와 비슷한 수준이다. 취급하는 제품종류는 줄이되 공급업체에서 많은 수량을 공급받아 공급단가를 낮추고 소비자가격도 낮출 수 있다.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일반 할인점보다 최대 15%가량 저렴하게 판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제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소비자 선호도 1등~2등인 제품 위주로 판매할 뿐 아니라 병행수입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와 가장 맞닿아 있는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행수입은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것으로 트레이더스는 병행수입으로 전 세계 38개국의 1400여개 제품을 들여온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병행수입 제품의 진품을 보장하는 QR코드를 라코스테 티셔츠나 탐스슈즈 등에 부착하기도 했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캐나다 구스’를 병행수입해 싸게 팔아 화제가 됐다. 캐나다 구스는 한 벌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패딩점퍼로 트레이더스는 병행수입을 통해 백화점 판매가격 대비 20~30%를 가격을 낮춰 팔 수 있었다.
이마트가 창고형 할인점을 만든 것은 대형마트만으로 더이상 승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들은 장기적 저성장 기조에 따른 소비경기 침체와 의무휴업 등 정부의 영업규제 강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전국 각지에 이미 대형마트가 들어설 만큼 들어서 경쟁도 심화됐다.
이마트 이갑수 영업총괄부문 대표는 “이마트 매출은 작년 상반기 이후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며 “생필품 중심의 대형마트 매출이 1년 반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레이더스는 다르다. 트레이더스는 작년 매출이 6천억 원을 넘어 2012년보다 12.3%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했다.
노재악 이마트 트레이더스 상무는 “최근 3년 동안 트레이더스 평균 매출성장률이 20%에 이르고 있다”며 “트레이더스 단독상품을 꾸준히 기획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코스트코와 10원 전쟁 벌이는 롯데의 빅마켓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2년 서울 금천구에 있는 ‘빅(VIC)마켓’ 1호점을 둘러보러 가는 길에 중간에 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일대에 차가 너무 밀려서 꼼짝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km나 걸어야 했지만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롯데마트는 금천점을 리모델링해 2012년 6월 창고형 할인매장 빅마켓 1호점을 선보였다. 이후 빅마켓은 지금까지 2년 동안 총 4개의 매장을 냈다. 서울 3곳과 경기에 1곳으로 서울에 매장이 하나도 없는 트레이더스와 대비된다. 이 4개 매장은 모두 기존 롯데마트를 리모델링해 빅마켓으로 개점했다.
빅(VIC)마켓은 ‘Value in Customer’의 줄임말로 고객에게 가치를 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빅마켓은 트레이더스와 다르게 회원제로 운영된다. 사업자회원은 3만 원, 개인회원은 3만5천 원으로 코스트코와 같은 회비지만 기간이 다르다. 코스트코는 1년 회비지만 빅마켓은 3년 회비다.
빅마켓은 회원권도 다양화했다. ‘빅멤버 플러스’ 회원권은 3년 이용금액이 사업자 5만 원, 개인 5만5천 원인데 구매금액에 대한 포인트를 두 배로 적립해준다. 구매금액이 많은 회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이 포인트는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 등 30개 롯데계열사 어디서든 이용 가능하다.
빅마켓은 키즈카페 식당 동물병원 어린이극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 코스트코와 차별화를 꾀했다. 빅마켓이 “재미없는 창고형 할인점은 가라”고 광고하는 이유다. 빅마켓 영등포점은 문화센터도 개설해 3개월 단위로 4백여개 문화강좌를 운영중이다.
장명희 빅마켓 금천점장은 “부모와 매장을 찾은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도 빅마켓의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상황에 적합하고 차별화된 운영방식과 서비스들을 지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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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마켓 매장 내부 |
빅마켓은 롯데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로 결제할 수 있고 시중 16개 은행에서 발행하는 현금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빅마켓은 처음에 코스트코처럼 롯데카드 사용만 허용했으나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거래 카드사를 늘렸다.
빅마켓 역시 취급상품이 3천여 개로 롯데마트가 6만 개 제품을 구비하는 데 비해 상품종류가 훨씬 적다.
빅마켓은 지난해 2월 영등포점을 개점하며 코스트코와 10원 전쟁을 벌였다. 1.56km(도보로 약 20분 거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코스트코 양평점을 의식해 개점 첫날부터 신라면 등 인기상품을 코스트코보다 10원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코스트코도 즉각 같은 제품의 가격을 10원 내리며 맞받아쳤는데 이런 과정이 두어번 더 되풀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빅마켓 영등포점이 들어선 이후 코스트코 양평점 매출이 20% 줄었다”며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코스트코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빅마켓 금천점은 롯데마트에서 빅마켓으로 전환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매출이 10.5% 늘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신영통점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이 95%나 늘었다. 도봉점과 영등포점은 1년6개월 동안 각각 8.1%, 3.5% 매출이 늘었다.
빅마켓 관계자는 “기존 롯데마트 중 효율성이 떨어지는 매장 위주로 빅마켓으로 전환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4개 점포가 빅마켓 전환 이후 평균 20% 매출이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