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스피 지수가 5천 포인트의 벽을 돌파했다. 반도체와 로봇, 에너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신사업 성장에 투자자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오천피 시대' 개막에도 주가 부양에 성과를 내는 데 고전하며 소외되는 여러 기업들이 남아 있다.

전례 없는 증시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새 성장동력 중심의 체질 개선과 주가 부양책 등 여러 수단을 앞세워 주주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코스피 5000 시대에 소외된 주요 기업 및 경영진의 전략과 과제를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증시 활황에도 못 웃는 LG그룹, 구광모 '체질 개선'과 '부양책'으로 지독한 저평가 끊어내나
② 롯데그룹 주주 흥돋는 카드 안 보인다, 신동빈 유통·화학 계열사 '시장 소외'에 속앓이 
③ CJ그룹 식품·물류·콘텐츠에 투자매력 희미, 이재현 주가 부양 카드 언제 꺼내나
이해진 복귀에도 멈춰선 네이버 주가, 신사업·AI 성과 가시화가 숙제 
⑤ GS건설 강한 '자이'만큼 커진 주택주 그림자, 허윤홍 새 성장동력 모색 박차 
⑥ KT 주가에 붙은 저평가 꼬리표, '탈통신' AICT 사업 성과가 재평가 열쇠 될까
⑦ 코스피 호황에도 날지 못한 대한항공, 조원태 고환율 지속에 실적 방어 전략 모색
⑧ 메리츠금융지주 코스피 랠리에도 주가 제자리, 조정호 '밸류업 선구자' 위상 회복할까
⑨ 포스코그룹 '2030 시총 200조' 열쇠는 배터리 소재, 장인화 포스트 캐즘 대비해 가치사슬 담금질
⑩ LG화학 오천피에도 힘 못 받는 주가, 사업 체질개선에 마음 바쁜 김동춘 


[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 지수가 5천선을 돌파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데 비해 국내 대표 IT주인 네이버 주가는 여전히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본업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이해진 창업자의 경영 복귀 이후 신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고 있지만, 주가 반등을 이끌 결정적 동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5천 그늘④] 이해진 복귀에도 멈춰선 네이버 주가, 신사업·AI 성과 가시화가 숙제

▲ 국내 대표적 IT주 네이버 주가가 국내 증시 활황에도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10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이해진 창업자의 복귀와 신정부 출범 이후 네이버 출신 인사들의 등용 기대감 속에 지난해 6월 고점을 기록한 뒤, 올해 2월9일까지 약 13.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75% 이상 급등하며 5000선을 넘었다. 시장 전반의 강세 흐름과 비교하면 네이버 주가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이다. 세계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가 반영된 IT 종목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흐름과도 대조적이다.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6일 발표한 실적에서 지난해 연간 매출 12조350억 원, 영업이익 2조2081억 원을 기록하며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영업이익은 11.6%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소폭 웃돌았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오히려 3% 이상 하락하는 등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신사업 추진을 통해 네이버의 반등을 노려왔다.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핀테크, AI 등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평가를 바꿀 만큼의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수 중심의 검색·커머스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한 만큼, 신사업 성과의 가시화가 주가 반등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우선 C2C(개인 간 거래) 중고 플랫폼 사업의 성과 가시화가 과제로 꼽힌다. 

네이버는 2023년 1월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약 1조6700억 원에 인수했고, 이해진 의장이 직접 디렉터(고문)를 맡아왔다. 같은 해 10월에는 국내 플랫폼 소다에 약 1천억 원을 투자해 크림(KREAM)과 경영 통합을 추진했다. 이어 2025년 8월에는 스페인 C2C 플랫폼 왈라팝을 약 8500억 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시장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포쉬마크는 인수 당시 고평가 논란이 컸고, 인수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실적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왈라팝 인수 발표 당시에도 네이버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 5천 그늘④] 이해진 복귀에도 멈춰선 네이버 주가, 신사업·AI 성과 가시화가 숙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해 11월27일 경기도 판교 본사인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핀테크 신사업 역시 성과가 가시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합병하고,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키로 했다. 이 의장이 7년 만에 복귀한 뒤 주도한 대표적인 빅딜로,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기업 성격을 바꿀 수 있는 거래로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 두나무 합병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래소 지분 제한과 금융·가상자산 관련 규제 리스크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경우, 합병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합병 이후 사업 전략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이낸셜 부문은 디지털 자산 제도 정립과 두나무 편입 효과가 가시화해야 하고, C2C 사업은 구조적 성장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본업 성장 둔화가 먼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부문의 성과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 의장의 복귀 이후 AI 분야 투자를 강화하며 ‘소버린 AI’ 전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서 탈락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올해 네이버가 선보일 AI 기반 서비스들의 성과가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검색 서비스에 적용될 ‘AI 탭’과 2월 말 선보일 커머스 부문의 ‘쇼핑 에이전트’가 실제 이용자 지표 개선과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쇼핑 에이전트는 이미 클로즈 베타 수준으로 완성됐다"며 "AI는 이미 광고 성장률의 약 55%를 견인하고 있으며, 에이전트 서비스도 광고 클릭 및 커머스 구매 전환에 강력한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를 통해 광고와 커머스 효율을 유의미하게 높이거나, GPU 기반 B2C 서비스가 체류 시간을 늘리며 미래 트래픽의 수익화 가능성을 보여줘야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