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2025년 본업인 백화점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계열분리 선언 이후 첫 성적표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정 회장이 2025년 낸 성과는 신세계그룹이 2024년 10월 계열 분리를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받아든 연간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럭셔리 카테고리와 외국인 매출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 특징인데 정 회장의 전략적 투자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신세계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백화점 본업이 안정적인 성과를 내며 전체 실적을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는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9295억 원, 영업이익 4800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0.6%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는 그동안의 투자 성과가 일부 드러났다고 평가된다. 신세계는 2025년 4분기 매출 1조9337억 원, 영업이익 1725억 원을 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66.5% 늘었다.
이러한 실적 성장의 중심에는 본업인 백화점 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4분기 백화점 부문에서는 총매출 2조1535억 원, 영업이익 1433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4분기보다 총매출은 7.2%, 영업이익은 18.6% 증가했다.
정유경 회장이 주도해온 전략적 투자의 성과가 이번 실적 곳곳에서 포착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4분기 쥬얼리와 시계 등 럭셔리 제품군 매출이 41%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주요 점포를 지역 랜드마크로 키우고 VIP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하이엔드 경험에 집중해온 정 회장의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매출 확대도 이번 실적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은 단순히 관광객 유입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 점포 재단장과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을 병행했다. 그 결과 2025년 4분기 외국인 거래액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70% 뛰었다. 지난해 연간 백화점 외국인 거래액도 6천억 원대 중반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을 두고 정유경 회장이 계열 분리 선언 당시 내세웠던 ‘본업 경쟁력 강화’가 수치로 확인된 첫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정 회장은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정의하며 과감한 리뉴얼 투자를 이어왔다.
서울 강남점 식품관을 스위트 파크 중심으로 전면 재단장했고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는 체험형 매장을 확대했다. 지난해 4월 문화·예술 전시 공간 ‘더헤리티지’ 개장을 시작으로 11월에는 프리미엄 라운지 및 다이닝 공간 ‘더리저브’를 차례로 선보였다. 올해 6월에는 하이엔드 리빙 전문관 ‘디에스테이트’의 리뉴얼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신세계가 그동안 다양한 기존점 리뉴얼을 통해 올해 본격 집객력 강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지난해 4월 개점한 신세계 본점의 더 헤리티지. <신세계>
이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비를 집행한 탓에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뒷걸음질해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실제 신세계 백화점 부문은 2025년 3분기 총매출 1조7117억 원, 영업이익 840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4% 늘었으나 4.9% 줄며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당시 “신세계의 백화점 부문은 3분기 강남점 델리 개장 및 외국인 매출 성장 등에 힘입어 전체 매출은 소폭 상승했다”며 “다만 본점 및 강남점 리뉴얼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세계가 4분기 실적을 반등하면서 시장의 의구심도 빠르게 잦아드는 분위기다. 선제적으로 진행한 리뉴얼 투자가 집객력 강화는 물론 우량 고객의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 같은 성과는 전국 주요 거점 점포의 위상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매출 기준 전국 10대 백화점 가운데 신세계는 서울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대구점, 서울 본점 등 4개 점포를 순위에 올렸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상위권에 올린 것이다.
특히 신세계강남점은 3년 연속 거래액 3조 원을 돌파하며 1위 자리를 굳혔다. 비수도권 점포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2조 원을 넘긴 센텀시티점도 눈에 띈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은 개점 이후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넘기며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올해 본격 투자 회수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신세계는 그동안 축적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객단가가 높은 중국인 고객 유치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신세계에 따르면 본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 매장과 국내 최대 샤넬 전문 매장을 보유한 명품 경쟁력을, 강남점은 '스위트 파크'와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을 통한 K푸드 콘텐츠를, 센텀시티점은 크루즈 하선객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지역별 거점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점포별 맞춤형 전략이 구매력 높은 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기여할 것으로 신세계는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도 점포별, 상권별 특성에 맞는 리뉴얼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백화점 업계를 리딩하는 기업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백화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공간 및 콘텐츠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