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2월] 반복되는 KT 거버넌스 위기의 원죄는 정권, 완전 민영화가 답이다

▲ KT가 정권 교체 때마다 CEO 리더십이 흔들리고, 사외이사의 비위 논란 등 거버넌스 자체가 크게 흔들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은 박윤영 KT 사장 후보(왼쪽)과 김영섭 현 사장. < KT >

[비즈니스포스트] KT 내부가 시끄럽다. 매번 정권 교체기 때마다 겪는 최고 경영진과 이사회 물갈이 놓고 끊임 없이 잡음이 흘러나온다.

KT는 안 그래도 해킹 사고로 대내외적으로 큰 홍역을 겪고 있다. 그런데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외이사들의 비위 의혹과 새로 선임된 사장 후보 선임 절차의 적법성 문제까지 불거지며, 그야말로 KT는 지금 아수라장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KT 수장으로 임명된 현 김영섭 사장이 해킹 사고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11월 사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새 CEO 후보 공모 절차를 통해 박윤영 KT 전 기업부문장 사장이 CEO 후보로 선임됐다. 

여기까진 절차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문제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외이사진에서 터져나왔다.

KT 사외이사진은 해킹 사고와 관련해 김영섭 현 사장이 공식 사과와 연임 도전 포기 등을 밝힌 것과 달리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사외이사 3명의 셀프 연임 논란과 함께 현대제철 사외이사 겸직으로 도마에 오른 조승아 이사 문제까지 불거졌다. 

겸직 문제로 최근 사퇴한 조승아 사외이사는 박윤영 KT 사장 후보를 선임하는 과정에 참여했는데, 결격 이사가 참여한 CEO 후보 선임은 무효라며 KT 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12월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박윤영 사장 후보 선임은 무효로 돌아가고 3년 전처럼 KT는 다시 CEO 후보를 공모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KT는 또다시 수장 없는 ‘경영 공백’과 조직 대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혼란에 더해 이승훈 KT 사외이사의 인사 청탁과 특정기업 투자 압력 의혹까지 불거지며, KT 이사회의 전면 쇄신 요구가 안팎에서 빗발치고 있다. 이승훈 이사는 KT 내부 요직에 대한 인사 청탁과 독일 위성통신 업체 리바다에 대한 투자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노조인 KT 노동조합과 2노조인 KT 새노조는 부패한 사외이사진(총 7명)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그동안 적극적 의결권 행사 등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던 KT의 2대 주주 국민연금공단이 적극적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예고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일 KT 지분 7.05%의 보유 목적을 종전 단순 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전환하면 KT에 대한 정관 변경 제안, 사외이사 선임·해임 제안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KT 경영 개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KT는 정권 교체 때마다 CEO 리더십이 흔들리고,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현재 KT 내부 경영진 문제는 사실상 역대 정부가 만든 것이나 진배없다.

2002년 KT 민영화 이후 24년이 흘렀는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인 없는 사실상 공기업 KT를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KT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은 계속 추락했다.
 
[데스크리포트 2월] 반복되는 KT 거버넌스 위기의 원죄는 정권, 완전 민영화가 답이다

▲ 사외이사진의 비위, 겸직 논란 등 KT 이사회의 전면 쇄신 요구가 안팎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KT 경영에 적극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통해 문제가 된 사외이사들을 솎아내고, 거버넌스 정상화를 위해 개입하겠다는 것에 이의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세밀하게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정권이 KT의 거버넌스를 다 망가뜨려 놓고 이제 와서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KT가 주인 없는 기업이라면 정부가 민간 자율로 운영할 수 있도록 KT 거버넌스 체계를 완전 민영화하도록 도와줘야지, 매번 경영에 개입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사실상 ‘IT강국 코리아’는 정부가 망가뜨린 것이나 다름 없다. KT는 옛 한국통신 시절부터 우리나라 IT 인프라 개선의 선봉에 선 기업이었다. 현재의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의 근원적 뿌리는 KT였다. KT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국내 IT 인프라 경쟁력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통신 시장의 경쟁이 사라지고, 사업자들은 그냥 앉아서 집토끼(기존 가입자) 관리하는 ‘땅집고 헤엄치기’ 식 시장 환경을 조성한 것은 다름 아닌 역대 정권이다.  

최근의 통신 3사의 잇단 해킹 사고 역시 이런 근본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본적으로 시장 경쟁이 없는데 누가 보안에 투자하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한민국 IT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최강이었다. 세계 각국의 IT기업들이 세계 최강 IT인프라를 갖춘 한국을 IT 신사업 테스트베드로 활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동남아시아 국가, 아니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IT 인프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외치는데, IT 인프라 경쟁력 없이 가능한 일인가. 정부가 기본적 시장 경쟁을 통한 IT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정책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시장 개입만이 답이 아니다. 중요한 건 기업 스스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 경쟁 환경 조성이지, 때마다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    

경영 개입을 계속 하려면 차라리 KT를 다시 공기업으로 만들어라. 공기업으로 만들어서 국가적 IT 인프라와 AI 투자를 주도하게 하든지 해라. 

그렇게 하지 않을 거면 민간에 지분을 완전히 넘겨라. 소유분산 구조를 없애고, 국민연금 지분을 특정 기업에 매각해서 완전히 기업 소유형 지배구조로 만들어라. 

그래야 더 이상 KT의 정치적 이용이 없을 것이고, 정권 교체 때마다 CEO가 바뀌고 주요 임원들이 대거 물갈이 되는 구태가 사라질 것이다. 그래야 KT가 정권에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뛰어난 경영진을 구성하고, 안정적 경영 능력을 발휘해 대한민국 IT 산업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승용 산업&IT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