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유럽 배터리 점유율 하락세 뚜렷, 최주선 원통형 배터리 1조 투자로 반전 모색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고성능 삼원계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잃어버린 점유율 탈환에 나선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가 헝가리 괴드 공장에 약 1조 원을 투입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각형 중심에서 고성능 원통형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SDI의 점유율 하락 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공급처였던 BMW 배터리 물량 상당수를 중국 CATL에 빼앗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과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전기차 보조금을 부활했다.

최 사장은 전기차 판매가 회복되고 있는 유럽에서 고성능 삼원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원통형 배터리로 중국산 LFP배터리와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 사장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끊어내기 위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설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2조9095억 원, 영업손실 1조7272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16년 이후 9년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올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15조230억 원, 영업손실 2862억 원이다. 

삼성SDI 실적 부진의 주 원인은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미국 전기차 시장 불황으로 북미 배터리 수요가 축소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30일부로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폐지했고, 이는 곧 전기차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원인은 유럽 시장 부진이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삼성SDI의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량은 11.7기가와트시(GWh)로 전년(14.4GWh) 대비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9.3%에서 5.7%로 하락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경기 침체로 저가모델 중심으로 개편됐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LFP배터리 수요가 급증했고,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또 삼성SDI의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 대부분이 BMW와 거래에서 발생한다. 공급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BMW가 전기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이 부담이 고스란히 삼성SDI에도 전이된 것이다.

회사는 BMW 제1 배터리 공급사라는 입지도 잃었다. 삼성SDI는 10년 넘도록 BMW의 핵심 배터리 협력사로, 꾸준히 물량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CATL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CATL이 BMW의 최대 배터리 공급사가 됐다. CATL은 올해 20GWh 규모의 헝가리 공장 가동에 들어간다.  
 
삼성SDI 유럽 배터리 점유율 하락세 뚜렷, 최주선 원통형 배터리 1조 투자로 반전 모색

▲ 삼성SDI의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셀 모습. < 삼성SDI >


유럽 시장 입지 회복을 위해 최 사장은 원통형 배터리를 승부수를 내걸었다. 

지금까지 CATL과 삼성SDI가 BMW에 공급해온 배터리는 모두 각형 배터리다. 하지만 조만간 대부분의 물량이 원통형 배터리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BMW가 2027~2028년부터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에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SDI는 복수 협력사에 수백 대에 달하는 원통형 배터리 생산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투자액과 생산설비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조 원 수준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원통형 배터리 생산 장비 반입과 설치를 시작하고 2027년까지 양산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본격 생산 시점은 2028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점차 전기차 보조금을 부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사는 중국산 LFP와 성능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삼원계 원통형 배터리 공급에 적극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1865(지름 18mm, 높이 65mm),2170(지름 21mm, 높이 70mm) 등 규격이 정해져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또 알루미늄 캔으로 둘러싸여 있어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외부 충격으로부터 강하며, 화재 안전성도 각형에 비해 높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유럽 내 입지 확대로 삼성SDI의 삼원계 각형 배터리 판매 부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전기차 플랫폼용 원통형 배터리 공급이 개시되는 2027년 이후로 유럽 판매량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