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박윤영 이견에 KT 그룹 인사 혼선, 임원 인사 3월 주총 뒤로 밀리나

▲ KT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김영섭 KT 현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박윤영 대표이사 사장 후보 간 인사 의견 차로 지연되면서, KT 그룹사 전체 인사가 혼선을 빚고 있다. < KT >

[비즈니스포스트] 1월 중순 이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KT의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KT 그룹 전체 인사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사 지연 배경에는 김영섭 현 KT 사장과 차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박윤영 후보 사이 인사에 대한 견해 차가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통신업계와 KT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사장과 박 후보는 최근 협의를 통해 인사와 조직 개편 방향을 조율하려고 했지만, 임원 인사를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사장과 박 후보는 지난 1월5일 만나 인사 방향과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 일정이나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박 후보가 김 사장 재임 시절 영입된 임원들에 대해 일정 수준의 정리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 사장 입장에서는 ‘내 손으로 내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정서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5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김영섭 사장 체제에서 영입된 외부 인력을 전면 교체하기보다는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선별하는 인사 구상을 밝혔다.

당시 박 후보는 “인사는 1월 중순이나 말 정도로, 그때쯤이면 (해킹 및 무단 소액결제 사고 수습이)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후보의 인사 기조는 전임 사장 시절 영입된 인사라 하더라도 역량이 검증된 인재는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직 공식 취임 전인 후보 신분이지만, 현직 CEO인 김 사장의 권한을 활용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전에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사장이 자신이 직접 영입한 인력을 스스로 정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며 인사 단행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후보가 구상한 인사와 조직 쇄신 작업이 난관에 부딪힌 모습이다.

KT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박 후보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취임한 이후에야 인사와 조직 개편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영섭·박윤영 이견에 KT 그룹 인사 혼선, 임원 인사 3월 주총 뒤로 밀리나

▲ KT가 사장 교체기마다 인사 공백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AI 등 신사업 대응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문제는 인사 지연 파장이 KT 본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후보의 인사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해오던 KT 계열사들까지 모두 인선 작업을 멈추고 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경쟁사들이 이미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신사업 추진과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인사를 서둘러 마무리한 것과 달리 KT는 사장 교체 여파로 그룹 전체 사업 전략과 인사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며, 빠른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통상 12월에 진행하던 인사와 조직개편을 한 달 앞당겨 지난해 11월 실시했고, MNO·AI CIC 체제를 도입해 사업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개편을 단행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기 임원 인사를 대비하고 있던 KT 본사는 물론이고 KT 상장 자회사들도 당황하고 있다”며 “인사가 밀리면 모든 계획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KT가 구조적 한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사장 교체기마다 인사가 늦어지면 KT는 3년마다 1분기 전체가 ‘죽은 시기’가 된다”며 “전임 CEO가 인사권을 쥔 채 후임 CEO와 일종의 거래를 시도하는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승리 기자·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