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 로텐더홀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닷새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한 전 대표 제명을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과 그를 품어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은 모두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에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장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자신이 벌이고 있는 단신투쟁을 두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만 있다면 목숨 바쳐 싸우겠다는 처음 각오를 꺾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15일 민주당에 통일교·공천헌금 특검(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고 이날 닷새째를 맞았다. 다만 이날 최고위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건 사과와 관련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한 전 대표의 징계 여부를 두고 숙고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 전 대표는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을 이끌었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2024년 11월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 조직적으로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른바 ‘당게 사건’이 불거진 지 1년2개월 만의 첫 사과다.
다만 자신을 향한 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을 놓고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두지는 않았다.
한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과는 당게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정치적 해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리위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 이틀 뒤인 1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이례적으로 10명 넘는 의원들이 연단에 올라 ‘한 전 대표는 당게 사건을 사과하고, 장 대표는 제명을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장 대표가 징계 방침을 철회하기 위해선 한 전 대표의 사과가 먼저 필요했는데 한 전 대표가 이에 실제 사과에 나선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장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우선 장 대표는 이번 사과를 계기로 한 전 대표를 제명하지 않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윤리위의 제명 결정은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당내 정치적 해결 요구가 높은 만큼 제명 의결을 내리지 않고 논란을 종결짓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장 대표가 제명 결정을 철회하면 자신의 강성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의 당게 사건에 원칙을 강조하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탄핵 반대’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왔다.
장 대표의 지지기반이 넓지 않은 만큼 징계를 철회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장 대표의 측근인 김민수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의 사과를 놓고 “사과는커녕 끝까지 ‘조작된 탄압’이라는 주장만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한 전 대표 제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격력한 저항이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당은 심각한 내홍에 빠질 수 있다.
친한계 의원들뿐 아니라 당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 전 대표 징계를 강행하면 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중도 확장성이 있는 한 전 대표가 제명되면 6월 지방선거에서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또는 친한계 세력이 그렇게 크지 않고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큰 만큼 소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의 단식 투쟁은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한 쌍특검을 내걸고 단식에 돌입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에 관한 내부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를테면 내부 단속용 단식 투쟁이라는 것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 대표의 단식투쟁을 두고 “장 대표가 의도하든 하지 않든 우리 내부의 갈등과 파국을 막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