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반도체 투자 확대 계획이 포함된 미국과 대만 무역합의 내용에 외신 평가가 엇갈린다. 대만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TSMC 미국 애리조나 제1 반도체 공장 사진.
이는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일 뿐만 아니라 대만의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해칠 수 있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논평을 내고 “대만은 TSMC와 반도체 산업 절반을 미국에 팔아넘겼다”며 “실리콘 방패가 파괴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이 미국에 수출할 때 부과되는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반도체 설비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합의 내용을 비판한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러한 협약이 상호 합의보다는 미국의 요구를 대만에서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가 이번 협약을 ‘윈-윈’이라고 표현하며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에 진행되는 반도체 투자 규모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TSMC가 이미 미국에 투자를 발표한 1650억 달러(약 243조 원)을 포함해 대만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모두 2500억 달러(약 368조 원)를 대미 투자에 지출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대만 정부는 자국 기업에 2500억 달러의 대출 보증 등 추가 투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총 5천억 달러의 투자 약속이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60%에 이르는 반면 관세율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15%로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대미 투자금이 각각 18%, 12%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대만이 미국과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이뤄냈다고 시사한 셈이다.
▲ TSMC 반도체 공장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TSMC를 비롯한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는 결국 대만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만이 미국의 보호를 받기 위한 명목으로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면 결국 보호해야 할 대상이 남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반도체 기술은 핵심 국가 경쟁력이자 안보에 중요한 ‘실리콘 방패’라 불리는데 미국 투자 확대가 이를 해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정부의 궁극적 목적이 결국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대만을 ‘빈 껍데기’로 남기는 데 있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반면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미국과 무역 협상이 TSMC에 반도체 관세 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같은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전했다.
대만 정부는 TSMC의 반도체 기술과 공급망을 꾸준히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합의는 올바른 선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계획대로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은 대부분 대만에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36년 기준으로 TSMC의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미국 생산 비중은 20%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는 결국 대만이 미국과 장기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미국 투자는 비용과 인력 확보 등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지만 관세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