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중국 전기차 미국 생산론' 재점화, 현대차와 K배터리에 먹구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3일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포드 공장에서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전기차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구상을 재차 꺼내들면서 현지 사업에 주력하는 현대자동차와 한국 배터리 3사에 위기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기업은 자국 정부의 지원 축소로 전동화 계획을 대폭 줄였는데 중국 업체가 이 틈을 파고들면 현대차와 ‘K배터리’ 3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에서 “미국인을 고용하는 조건으로 중국 자동차 업체의 공장 설립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이 15일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4년 7월16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진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올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완성차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중국 전기차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전기차는 그동안 대중 고율 관세와 정치권의 국가 안보 우려로 미국 진출이 사실상 막혔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볼보와 폴스터의 모회사인 중국 지리자동차는 지난 6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IT 박람회 CES에서 미국 진출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중국 BYD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관련 계획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전기차를 수용할 준비를 마쳤다”고 바라봤다. 

이는 현대차를 비롯한 현지 전기차 판매 업체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가격 면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9월 세액공제 종료로 판매가 대폭 줄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가 진출하면 현대차를 향한 수요를 크게 잠식할 수 있다.

투자기관 울프리서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완성차 기업 진출 허용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발 '중국 전기차 미국 생산론' 재점화, 현대차와 K배터리에 먹구름

▲ 중국 지커가 저장성 닝보에 운영하는 공장에서 2025년 4월17일 작업자가 전기차 지커001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변화 기조에 따라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할 전기차는 자연히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BYD는 기존 LFP 배터리의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에너지 용량을 늘린 ‘블레이드 배터리’를 직접 개발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다.

포드와 GM 등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잇따라 대폭 축소한 가운데 중국 기업이 진입하면 단기간에 테슬라의 대항마로 시장 지배력을 차지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기존 전기차 제조사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켜 자연히 K배터리 3사의 현지 고객 기반도 축소시킬 수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도 북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짚으며 “내연기관차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미국 전기차 기업은 CATL의 배터리 수입이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현지 전기차 시장에 대거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구축한 조지아주 전기차공장을 포함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 260억 달러(약 38조 원)를 투자해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K배터리 3사도 미국에 각각 단독공장과 합작공장 다수를 건립하고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기업은 경쟁사가 적은 환경에서 현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정부 지원 축소로 판매가 줄고 기존 공급계약마저 줄줄이 끊기고 있는데 중국 경쟁사 진출이라는 악재까지 겹칠 수 있는 상황을 마주한 셈이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0월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를 계기로 진행한 정상 회담 이후 통상 갈등에서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기차 노동자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실제 중국 기업에 빗장을 푸는 열쇠로 여겨지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전기차를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3사에 위기감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업체 오토퍼시픽의 에드 김 사장은 인사이드EV와 인터뷰에서 “중국산 전기차는 저가형뿐 아니라 고급형까지 다양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