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8나노로 파운드리 부활 시동, 삼성전자 한진만 2나노 '양산·가격 경쟁력'으로 방어

▲ 인텔이 1.8나노 공정의 칩 양산을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18A(1.8나노급) 공정을 앞세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2나노 양산 기술 노하우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인텔의 추격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600' 물량에 이어 퀄컴과 2나노 AP 양산 계약도 가시화되고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 취재에 따르면 인텔이 개발에 성공한 18A(1.8나노급) 공정의 수율(완성품 비율)이 6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텔은 최근 18A 공정으로 제조한 인공지능(AI)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울트라 시리즈 3(팬서레이크)'를 정식 출시했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북 6'를 비롯해 LG전자, HP, 델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의 신제품에 탑재된다.

짐 존슨 인텔 부사장은 지난 6일 "우리는 계획대로 실행했고, 현재 기대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며 "2026년은 인텔과 산업계 모두에게 전략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8A 양산으로 인텔 기업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13일(미국 현지시각) 인텔 주가는 7.33% 상승한 47.29달러에 장을 마쳤으며, 최근 한 달 동안 주가 상승률은 26.07%에 달한다

미국 투자은행 키방크의 존 빈 연구원은 "인텔 18A 공정의 수율은 60% 이상으로, 18A 하나만으로도 삼성을 제치고 업계 2위 파운드리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며 인텔 목표주가를 기존 40달러에서 6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인텔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7%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한 2위 삼성전자와 격차가 크다.

하지만 애플이 인텔 18A 공정 기반으로 맥북과 아이패드용 M 시리즈 프로세서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가속기, 에릭슨은 5G 통신용 칩을 인텔 18A 공정의 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한진만 삼성전자 사장은 2나노 '양산 능력'을 앞세워 인텔의 추격을 뿌리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18A 양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크기가 큰 고성능 AI칩을 생산한 적은 없다.

AI용 GPU는 CPU보다 결함 발생 확률이 높다. 칩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 넓은 면적 안에 결함이 포함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인텔이 달성했다는 수율 60%가 GPU 제조에서는 훨씬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인텔 18A를 활용해 차세대 칩 생산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결국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1.8나노로 파운드리 부활 시동, 삼성전자 한진만 2나노 '양산·가격 경쟁력'으로 방어

▲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는 2020년 8나노 공정으로 엔비디아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생산한 노하우가 있고, 최근에는 '닌텐도 스위치 2'에 탑재된 엔비디아의 GPU T239을 생산하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다.

인텔 18A 공정의 주력 생산기지는 미국 애리조나주 있는 '오코틸로 캠퍼스'로, 한국과 비교해 인건비가 1.5배 이상 높고,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부품, 가스, 소재 공급망이 아시아만큼 촘촘하지 않아 물류 측면에서도 불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10년 동안 운영하는 데 드는 총비용은 한국보다 28%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의 2나노 파운드리 공정 가격은 웨이퍼 1개 당 2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인텔 1.8나노 가격은 웨이퍼 당 3만~3만5천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가격 차는 향후 대형 고객 확보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가성비와 신뢰성을 앞세워 퀄컴과 2나노 공정의 차세대 AP 위탁생산 계약도 앞두고 있다.

퀄컴으로부터 초기에 확보하는 2나노 웨이퍼 물량은 월 2천 장 수준으로, 연간 4억8천만 달러(약 7천억 원)의 신규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TSMC의 선단 공정 생산량 부족으로, 외부 수주 활성화 기대감이 크다"며 "엑시노스의 복귀에 이어 외부 수주 물량 확산이 동반된다면, 기업가치의 탄력적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