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인적분할로 '3세 경영' 교통정리, 김동관 후계구도와 김동선 담당 기업 명확히

▲ 한화 인적분할로 김동관 부회장의 후계구도와 김동선 부사장의 담당 기업이 사실상 정리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이 계열 분리 신호탄을 쏘며 본격적 '오너 3세 경영시대'를 예고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사실상 조선, 방산, 에너지, 우주 등 기존 한화의 핵심 사업군을 거느리는 그룹의 경영권을 검어쥐며, 한화 후계구도가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는 오는 7월 인적 분할을 통해 보안, 반도체·2차전지 설비, 음식료, 백화점, 호텔·리조트 등의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신설해 독립시키기로 했다.

14일 한화그룹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신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김승연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 조선·에너지, 태양광·석유화학, 우주·항공 등 부문의 계열사 경영에 집중했고, 둘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보험·증권 등 금융 부문을, 김동선 부사장은 보안·기계장비·음식료·호텔 등의 계열사에서 경영행보를 펼쳐왔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한화비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존속법인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등 부문과 금융 부문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존속법인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이끌고, 둘째 김동원 사장이 보좌하는 구도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적분할의 목적을 그룹 내 여러 부문이 단일회사 한 곳에 혼재돼 전문적이고, 신속한 투자가 어려웠다는 점을 내세웠다.

유연하고 민첩한 성장 전략이 요구되는 반도체·2차전지·서비스 등 분야에서 투자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방산, 조선·에너지 등 장기적인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이 중요한 기존 주력 사업부문과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 인적분할로 '3세 경영' 교통정리, 김동관 후계구도와 김동선 담당 기업 명확히

▲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한화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이 지난 2022년 11월11일 한화그룹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와 산하 계열사들은 2030년까지 4조7천억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백화점 신규 출점·리뉴얼 등 설비투자 2조1천억 원, 인수합병(M&A) 6천억 원, 연구개발 2조 원 등이다. 이를 통해 2024년 합산 매출 3조 원에서 연평균 30% 성장률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번 분할의 목적으로 한화 측은 기업가치 저평가 해소를 내세우며,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2024년 9월1일 비 방산 사업군을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현 한화비전)로 인적 분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분할 결의 직전 대비 분할 3개월 후 시가총액(분할 2개 회사 합산)이 35% 상승한 이력이 있다. 

또 최근 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SK디앤디, 이수화학, 에코프로 등 다른 기업의 인적분할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분할 이후 시가총액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게 한화 측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물적분할이 한화그룹 오너 3세 3형제들의 후계구도가 ‘계열 분리’ 양상으로 가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추가적으로 금융 부문 계열분리와 오너일가 간 지분교환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화 인적분할로 '3세 경영' 교통정리, 김동관 후계구도와 김동선 담당 기업 명확히

▲ 한화가 오는 7월1일 인적분할을 통해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분할 전후 그룹 지배구조 변화 설명자료. <한화그룹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실상 한화의 최대주주인 김동관 부회장이 향후 계열분리 과정에서 취득할 신설회사 주식을, 형제들이 보유한 기존 한화 주식과 교환해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지배력을 늘릴 것이란 분석이다. 

한화의 대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한화에너지 22.15%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6% △김동원 사장 5.38% △김동선 부사장 5.38% 등이다.

향후 삼형제의 한화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한화에너지의 활용 방안도 주목된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한화에너지의 상장 이후 한화와의 합병을 통해 3형제들이 한화 지분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승계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로 한화에너지 최대주주로 있으며, 김동원 사장 지분율은 20%, 김동선 부사장 지분은 10%이다. 지난해 12월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지분 5%·15%씩 매각해 사모펀드들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에너지를 상장시킨 후 한화 존속법인과 합병할 경우,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확실한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화그룹 측은 14일 오후 2시 진행된 기업분할 설명회에서 "회사 향후 대주주들의 대주주간 지분 교환, 매각 등의 처분과 관련해서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금융 부문의 추가 분할 계획도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한화에너지-한화의 합병도 검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