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가 올해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공동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고 신세계까사에만 전념하게 된 상황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를 인수한 것을 놓고 시장의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까사 '자주' 수혈 놓고 우려 커져, 김홍극 생산적 '외형 확대' 견인 과제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사진)가 자주 편입으로 인한 부담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표면적으로는 외형 확대를 위한 포석이지만 실상은 상장사의 실적 부담을 비상장사로 떠넘긴 ‘부실 전이’ 성격이 짙다는 날선 비판도 나온다. 김 대표가 신세계까사를 통해 주력해온 프리미엄 전략이 중·저가 생활잡화 브랜드인 자주와 섞이며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홍극 대표에게 자주의 신세계까사 편입이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 부문을 94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31일 영업 양수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지난 7일 이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이사·결혼 등 특정 수요 주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이라며 “환율과 건설 경기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를 신세계까사로 넘긴 배경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재무 구조를 정비하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3분기 자주가 속해 있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에서 영업손실 64억 원을 기록했다. 패션 사업 부진의 영향도 있지만 자주를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부문 역시 적자를 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코스메틱 부문에서는 영업이익 67억 원을 냈다. 이에 핵심 사업인 패션은 유지하되 자주를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비중을 낮추고 수익성이 입증된 화장품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적 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 대표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그룹 인사를 통해 신세계까사 정상화 과제를 그대로 짊어지면서 자주라는 중량급 브랜드까지 떠안게 됐다. 김 대표가 신세계까사의 자주 인수를 추진한 인물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실적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 됐다.

자주의 신세계까사 편입은 여러모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는 시각이 제법 많다.

김홍극 대표가 그동안 다져온 방향성은 프리미엄에 맞춰져 있다. '까사미아'와 '마테라소'는 대형 평형 가구와 리빙 편집, 수면 전문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 가구·침구 중심의 중상위 소득층 홈퍼니싱 시장을 공략해 왔다.

반면 자주는 무인양품과 유사한 가성비 성격의 브랜드로 분류된다. 럭셔리 가구와 중·저가 생활잡화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엮는 작업은 김 대표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룹의 외형 확대 흐름 속에서 그가 추진해온 질적 성장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외형 성장만 부각됐을 뿐 내실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자주를 품으며 단숨에 연매출 5천억 원 고지를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매출 확대는 곧 수익성 강화와 연결되지 않는다. 이른바 외형 확대가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사라지지 않는다.

신세계까사는 2024년 영업이익 10억 원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불과 1년 전인 2023년만 해도 영업손실만 169억 원을 냈다.

자주 편입 이후에도 수익성이 개선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룹이 비주력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주를 신세계까사로 넘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주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의 18%가량을 차지하지만 원가 부담과 재고 누적으로 구조적 비효율이 지적돼 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주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에도 자주가 영업손실을 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세계까사 '자주' 수혈 놓고 우려 커져, 김홍극 생산적 '외형 확대' 견인 과제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가 신세계까사로의 편입이 완료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 자주 파미에스테이션점. <신세계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3분기 재고자산은 3911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1.4% 늘었고 재고자산 평가충당금도 같은 기간 13.6% 증가했다. 최근 실적 흐름을 감안하면 이 부담의 상당 부분이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사업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사업 사이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가구와 생활잡화가 완전히 무관한 영역은 아니지만 시너지보다는 사업 확장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김 대표가 늘어난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싱과 마케팅 통합’이라는 명분 역시 현실에선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운영 방식이 다른 가구와 생활잡화를 같은 틀에 묶는 것이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6개 브랜드를 동시에 전개하겠다는 전략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올해 까사미아’, ‘마테라소’, ‘쿠치넬라’, ‘굳닷컴’, ‘자주’, ‘자아’ 등 6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플랫폼을 병행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구·침구·주방·잡화·패션 등 서로 다른 카테고리를 각각의 브랜드로 키우는 방식은 인지도와 마케팅 효율 분산, 조직 피로도 확대라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즉각적인 비용 절감이나 단기 매출 확대를 기대한 인수라기보다 신세계까사의 사업 구조 자체를 중장기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당분간은 기존 운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각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단계적으로 유통 채널과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