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사고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카드 꺼내, 연초 통신3사 가입자 유치 경쟁 모드

▲ KT가 오는 13일까지 2주간 가입자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이동통신 3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KT가 해킹 사고와 관련해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새해 벽두부터 이동통신 3사 간 가입자 확보 경쟁에 불이 붙을지 관심이 쓸린다.

경쟁사들이 KT 위약금 면체 조치를 계기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뛰어든다면 이동통신 가입자 쟁탈전 구도가 또 한 번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KT 위약금 면제 기간이 짧은 데다 통신 3사 모두 해킹 사고를 겪으며, 통신 소비자 입장에서 뚜렷한 대체 선택지가 많지 않아 실제 KT를 떠나는 가입자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KT가 2025년 12월31일부터 2026년 1월13일까지 2주 동안 계약 해지를 원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환급 방식의 위약금 면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이 다시 경쟁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SK텔레콤에서 시작돼 9월 KT와 LG유플러스로 확산된 해킹 사고 여파로 이동통신시장은 11년 만에 가장 많은 이동이 이뤄졌다.

통신사업자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11월 번호이동 누적 건수는 728만3835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26.2% 증가했다. 

이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통신 3사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해킹 사고가 가입자 이동을 촉발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KT가 SK텔레콤에 이어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쟁사들이 가입자 유치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신년을 맞아 신규 가입자에 1만9천 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T멤버십 혜택을 알리면서 ‘재가입자’ 대상 복원 혜택도 함께 소개했다.

SK텔레콤 측은 “2025년 4월19일부터 7월14일 사이 SK텔레콤 회선을 해지한 가입자가 해지일로부터 36개월 내 재가입할 경우 기존 가입 연수와 T멤버십 등급이 복원된다”고 밝혔다.

한 SK텔레콤 직영점은 KT가 위약금 면제 조치를 공식화한 지난 30일 게시한 광고 글에서 “특정 조건에 해당한다면 위약금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면제 찬스를 놓치면 너무 아깝다. 지금이 바로 내 통신비를 점검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가입자 유치전에 시동을 걸었다.

이 같은 행보는 SK텔레콤이 4월 해킹 사고 이후 대규모 가입자를 KT와 LG유플러스에 내주며 시장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져, 가입자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과 맞물려 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가 발생한 4월19일부터 위약금 면제 기간이 끝난 7월14일까지 105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하고, 33만 명이 유입돼 약 72만 명의 가입자 순감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까지 사라진 상황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보조금 확대를 동반한 공격적 영업에 나설 경우 KT 가입자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이번 KT 조치에도 번호이동 가입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신 소비자가 KT 이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약금 면제 기간이 14일 정도에 불과해 경쟁사로 이동하는 가입자 수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도 지난해 7월 10일간 위약금 면제를 적용했을 때 이 기간 동안 약 16만6천 명이 이탈하는 데 그쳐, 우려했던 수준의 대규모 이탈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통신 3사 모두 해킹 사고를 겪어 소비자 관점에서 대체 선택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KT 해킹사고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카드 꺼내, 연초 통신3사 가입자 유치 경쟁 모드

▲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이 짧고 통신 3사 모두 해킹 사고를 겪은 데다, KT의 보상 프로그램이 가입자 이탈 방어 효과를 낼 수 있어 실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제한적일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KT가 가입자 보상안으로 내놓은 ‘고객 보답 프로그램’이 가입자 이탈을 상당 부분 방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약 5천억 원 규모의 보상안 시행 당시 제휴 할인 쿠폰 수요가 몰리며 특정 피자 브랜드 홈페이지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KT는 SK텔레콤처럼 한 달간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위약금 면제 종료일 기준으로 이용 중인 가입자에게 6개월 동안 매달 100GB의 데이터를 자동 제공하고 로밍 데이터도 50% 추가로 제공해 데이터 혜택 규모에서는 SK텔레콤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 OTT 2종 가운데 1종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6개월 이용권, 커피·영화·베이커리·아이스크림 등 생활 제휴처 중심의 멤버십 할인 6개월, 휴대전화 피싱·해킹·중고거래 사기 등을 보상하는 ‘안전·안심 보험’도 각각 제공한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T의 가입자 감소 폭은 SK텔레콤 해킹 당시 일일 수만 명 단위로 이탈이 발생했던 수준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KT의 위약금 면제를 계기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경우 가입자 수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