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신차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면서 역대 최대 매출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관세로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서는 실적에 대한 부담은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 내년 신차 슈퍼사이클로 최대 실적 낸다, 정의선 '소프트 파워' 추격 가속페달

▲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신차 슈퍼사이클을 맞으면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내년 실적 개선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아직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등 미래차용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게 내년 정 회장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받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내년에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매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신차 슈퍼사이클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슈퍼사이클이란 첫 출시되는 신차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등이 동시에 쏟아지는 시기를 말한다.

내년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에서만 신차 9종이 출시된다.

그랜저와 아반떼, 투싼, 싼타페, 스타리아 등 대부분 현대차하면 떠오르는 대표 모델의 신차들이 등장한다. 이 대표 모델들은 연간 판매량 역시 높은 것들로 내년 상당한 신차 판매 효과가 예상된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를 처음으로 내놓고, GV80 하이브리드 모델과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도 선보인다.

유럽에만 출시되는 소형 전기 해치백 아이오닉3도 현지에서 인기가 높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모델이다.

기아는 셀토스를 비롯해 텔루라이드, 니로, EV2, EV3 GT, EV4 GT, EV5 GT 등 신차 7종을 출시한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치면 1년 동안 16종 이상의 신차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내년 신차 슈퍼사이클로 최대 실적 낸다, 정의선 '소프트 파워' 추격 가속페달

▲ 기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디 올 뉴 셀토스’. <기아>


올해 현대차와 기아 모두 미국 자동차 관세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두 회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8조9080억원, 21조3681원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이 올해 사상 300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내년에는 판매 모델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는 만큼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차가 출시되면 보통은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는데, 내년 출시되는 신차들 대부분이 인기가 높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으로서는 내년 매출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강점으로 평가받았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강조해온 품질경영으로 하드웨어 쪽에서는 글로벌 톱티어(최상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브랜드들도 현대차그룹만큼 짧은 시간에 하드웨어쪽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다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아직 제대로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지만, 정 회장은 지난 24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포티투닷 본사를 찾아 자체 기술력 개발에 힘을 싣기도 했다.

정 회장은 포티투닷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승하면서, 기술 내재화 의지를 내비쳤다. 시승 이후 포티투닷의 개발 성과를 격려하고, 적극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자율주행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물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 것이라고 본다”며 “정 회장이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자율주행 개발을 하겠다는 방향성은 맞다고 보지만, 결과물을 내놓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소비자도 믿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올해 사장단 인사를 봐도 그렇고, 정 회장이 내년부터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