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은 내수 경제 침체로 무역전쟁 승리의 빛이 바랬고 미국도 관세 부과로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마주했다. 이에 미·중 양국의 내년 최대 과제는 ‘집안 관리’가 될 공산이 크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미국의 무역 전쟁에 맞서 희토류 지배력을 무기로 관세와 수출 통제 양보를 받아내며 승리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의 규제 속에서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자립을 이뤄내 성장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수출을 늘리며 무역수지를 개선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중국의 무역 흑자액은 사상 최고인 1조760억 달러(약 1545조 원)로 집계됐다.
특히 10월30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미중 ‘G2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라이벌임을 공식화하는 외교적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들어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또한 양국은 4월부터 서로 100% 넘게 부과했던 초고율 관세 공방 ‘휴전’을 1년 연장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런 성과 등을 바탕으로 중국은 최근 대만 문제에서 더욱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며 대규모 군사 훈련까지 감행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9~30일 대만 주변 해역에 공군과 해군을 파견해서 실사격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희토류 산업을 재건하기 전까지는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중국은 대만과 관련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자문을 지낸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블룸버그에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관련해 수십 년 동안 고수했던 입장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올해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 붙였던 대중국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다.
▲ 중국의 건설 노동자가 15일 베이징 중앙국의 건설 노동자가 15일 베이징 상무중심구 인근 현장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대외적 성과 이면에는 심각한 내부적 고민이 남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부동산 위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투자와 소매 판매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며 내수 성장 동력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 내 자산 투자는 지난해보다 1.7% 감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정부 보조 대상을 제외한 11월 기준 신규 주택 가격이 10월보다 0.39%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정치 부문에서도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2027년에 열릴 제21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네 번째 연임 여부를 결정해 그 전에 권력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이에 더해 중국 당국은 올해 군부와 고위 관리를 대상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부패 조사를 실시해 정치적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부교수는 블룸버그에 “중국의 경우 국내 정세가 훨씬 더 불안정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상황이 험난한 건 미국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다. 물가 상승과 같은 요소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지지 기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CBS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2.3%에서 9월 3%로 꾸준히 상승했다.
갤럽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정부를 지지하는지 미국인에게 물은 결과 36%만이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사전문지 타임은 27일자 기사에서 “트럼프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1기 때까지 통틀어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며 “당내 일부 인사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짚었다.
결국 2026년 미국과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는 상대방을 향한 공세가 아닌 ‘집안 관리’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미국 자문회사 DGA-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의 요르그 부트케 중국 무역 전문가는 블룸버그에 “시진핑 주석의 골칫거리는 외교도 트럼프 대통령도 아닌 중국 경제 문제”라고 내다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