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FTA 회의 취소는 '협상전략' 분석, "관세 등 강경책 가능성 낮아" 

▲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9일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회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에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디지털세를 둘러싼 ‘협상 전략’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기업이 한국과 EU 등의 정책으로 피해를 받는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협상 전략이 실제 무역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와 정책 전문가는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협상 전술’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18일로 예정했던 한·미 FTA 공동위원회 비공개 연례회의를 취소했다. 이와함께 미국은 최근 영국과 인공지능(AI)과 핵융합 등 분야에서 협력을 목표로 하는 협상도 중단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어깃장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집권 1기에서 국가경제위원회(NCE) 부국장을 지낸 에버렛 아이센스탯은 “정부가 문제를 인식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구제책을 고려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이 한국과 영국 및 EU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과 메타 등 미국 기술 대기업(빅테크)이 독점 혐의로 과징금을 냈거나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한받는 사례가 디지털 무역 장벽의 한 사례라고 USTR은 꼽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디지털 규제 입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를 부당한 대우로 인식해 협상 차원에서 회의 일정을 조정했다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물가 부담과 정치적 민감성을 의식해 신규 관세나 전면적인 통상 분쟁에는 선을 그을 것이라는 관측을 폴리티코는 내놨다.

캐나다를 제외하면 미국 정부의 압력에 디지털 규제를 철회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강경책의 효과에 의구심을 키우는 요소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더구나 미국이 갈등을 고조시켜 디지털 무역 전쟁을 벌이면 결국 모든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고개를 든다. 

익명의 전직 USTR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얼마나 강경하게 나가야 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