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3번째 임기 시작을 앞두고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함과 동시에 생물보안법이 촉발한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억8천만 달러(약 4147억 원)를 들여 글로벌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시설은 총 6만 리터 규모의 항체 원료의약품(DS) 생산 공장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84만5천 리터로 확대된다. 이미 세계 1위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되는 셈이다.
해외 첫 생산 거점으로 제조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을 선택한 것은 의약품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 발효에 따른 ‘탈중국’ 물량을 현지에서 즉각 흡수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바이오업계에서는 미국의 수입 의약품 관세 부과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응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존 림 대표가 미국 생산거점 마련 가능성을 언급해 왔음에도 구체적인 소식이 없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 미국 생산시설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와 미국에서 ‘이원화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와 미국에서 ‘이원화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이미 미국 내 영업 거점 3곳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생산과 영업을 연계한 수주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송도 단일 생산 체제는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강점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및 미국 현지 영업 측면에서는 상대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며 “미국 생산 비용이 높아 이익률면에서는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후지필름과 론자 사례를 보면 수주 확대 측면에 이익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2024년 초 처음 발의된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서, 바이오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항체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우시앱텍 등 중국 기업의 CDMO 물량을 흡수할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금융 환경도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조로 인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추가 설비 투자를 추진하기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외에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존 림 대표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송도 내 제3바이오캠퍼스 조성을 위한 토지매매계약을 마쳤으며 6공장도 연내 착공이 유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서도 현지 수요를 고려해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