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크래프톤이 고환율이라는 우호적 환경을 발판 삼아 올해도 연간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을 앞두고 있다.

대표작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 견조한 해외 성과에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효과까지 겹치면서 실적 개선에 한층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후반대까지 치솟는 등 원화 가치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크래프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은 국내 대형 게임사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90%를 넘는다.

크래프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4069억 원으로, 이 가운데 약 92%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달러화와 위안화 등 외화로 벌어들이는 반면, 인건비와 본사 운영비 등 주요 비용은 국내에서 원화로 지출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 시 수익성이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구조다.

대표작 ‘펍지: 배틀그라운드’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해외 퍼블리싱 파트너로부터 로열티 형태로 수익을 인식하는 비중이 높아 추가적인 비용 부담 없이 매출이 곧바로 이익으로 연결되는 점도 환율효과를 키우는 요인이다.

3분기 기준 크래프톤은 달러화 자산 약 1조1124억 원, 위안화 자산 약 728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분기 보고서를 통해 원화 가치가 5% 절하될 경우 자산 평가 기준으로 약 531억 원의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원/위안 환율 역시 6월 180원대 후반에서 최근 21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환율효과는 이미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올해 3분기 크래프톤의 지배주주순이익은 3675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1% 급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크래프톤 측은 당시 실적 발표에서 “우호적인 환율 환경에 따른 외화자산 평가이익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2547억 원, 영업이익은 1조2982억 원으로 예상된다. 당기순이익 역시 9964억 원으로 1조 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환율효과를 넘어 본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창한 대표는 배틀그라운드 핵심 개발진 출신으로, 2020년 취임 이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전략과 기술 투자를 통해 크래프톤의 해외 입지를 확대해 왔다.

특히 김 대표는 중국에 이어 인도를 핵심 전략 시장으로 설정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에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는 출시 4년 만에 올해 누적 가입자 2억4천만 명을 돌파하며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지적재산권)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은 여전한 과제다. 이익 증가 폭이 다소 둔화하고 슈팅 게임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배틀그라운드 이외의 뚜렷한 차기 매출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선보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와 렐루게임즈의 4인 협동 공포 게임 ‘미메시스’가 각각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으나,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앞으로 5년 내 매출 7조 원, 기업가치 2배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대형 프랜차이즈 IP 확보를 위한 공격적 제작 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