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에 날아든 인력 감축 칼바람, 실적 악화와 AI 대세론에 일자리 사그라지다

▲ 편의점 이마트24 등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유통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통업계 전반에서 소비 침체와 비용 부담 확대로 구조조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로 대체되지 않은 인력에 투자하는 기업도 상당수 늘어났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적 부진에 따라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마트24는 최근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커리어 리뉴얼’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희망퇴직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읽힌다.

‘커리어 리뉴얼’ 참여자에게는 법정퇴직금 외에도 월 급여 12~24개월치 특별위로금이 지급된다. 전직 지원금 또는 이마트24 점포 창업 지원도 제공된다.

이마트24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경력 전환이 필요한 직원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유통 대기업·소비재 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GS리테일,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LG생활건강, 코리아세븐 등이 이미 희망퇴직을 진행했거나 인력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은 회사별로 다르지만 근속 10년 이상 또는 45세 이상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대상이 되는 연령과 근속 요건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GS리테일은 46세 이상·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퇴직금 외 연봉 1.5배 수준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을 포함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급증한 배경에는 악화된 소비 환경이 자리하는 것으로 읽힌다. 내수 부진에 고물가, 고환율이 겹치며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유통망 유지 비용까지 더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동화 설비와 로봇, 인공지능(AI) 도입이 빨라지면서 인력이 필요 없는 업무가 늘어난 점도 감원을 유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과 판매, 물류 등에 사람 손이 많이 가던 과거와 달리 유통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유통업에 날아든 인력 감축 칼바람, 실적 악화와 AI 대세론에 일자리 사그라지다

▲ 에이피알 등 신진 기업들은 구조조정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록 인력 감축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소위 ‘칼잡이’라고 불리는 구조조정 전문가를 경영자로 선임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퇴직 중심 비용 절감이 장기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줄지만 사업 경쟁력 강화나 체질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1~2년 뒤 또 다시 감원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최근 성장한 회사 가운데 구조조정 없이도 좋은 실적을 내는 경우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에이피알이 있다. 에이피알은 생산을 외주화해 생산 인력을 자체 고용하지 않는다. 대신 해외를 중점으로 한 마케팅에 인력을 대거 투입한다. 자동화되거나 AI 등 기술로 대체되기 쉬운 직무 대신 고도화된 업무에 배치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고비용 구조가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해 인력 조정 카드를 꺼내고 있다”며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