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에 변수가 더해지며 기업들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으로 석유화학 업황 개선 기대가 떠오르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업계는 뜻밖의 호재를 맞은 만큼 경쟁사와 설비 통폐합 등 ‘고육책’을 두고 눈치싸움을 더욱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11일 석유화학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미국의 LNG 가격 상승이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에 원가 경쟁력 우위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LNG 가격 상승과 함께 에탄 가격이 올라 에탄분해시설(ECC)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이에 국내 NCC 원가 경쟁력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늦어도 2026년 3월에는 석유화학 업황 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NG 가격 상승이 국내 석화업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대표적 기초석유화학 원료로 ‘석유화학의 쌀’로도 불리는 에틸렌을 만드는 공정과 관련이 있다.
에틸렌 제조 공정은 크게 LNG 처리공정에서 나오는 에탄을 분해하는 ECC와 석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납사)를 처리하는 NCC로 나뉜다.
국내 석화업계는 정유업 기반이 탄탄해 NCC를 위주로 이뤄져 있다. 반면 ECC는 ‘셰일가스 혁명’으로 원가 부담을 크게 낮춘 미국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 ECC가 강력한 원가 경쟁력으로 국내 NCC를 위협했는데 LNG 가격이 오르면서 이같은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LNG와 원유 가격 흐름은 올해 말부터 한동안 엇갈리며 국내 NCC 원가 부담을 한결 덜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올해 하락세를 보였고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NG는 미국 내 에너지 수요 및 수출 증가로 가격 상승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방향성이 엇갈리고 있다”며 “천연가스가격 상승에 ECC와 NCC 원가 격차는 줄고 지난 3년 동안 최악이었던 NCC 평가절하 국면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NCC 업체에게는 복잡한 숙제가 남은 것으로도 여겨진다. 현재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업황 개선 조짐이 보이면 ‘버티면 된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각 석유화학 기업은 지금도 경쟁사와 설비 통폐합이란 ‘고육책’을 써야 하는 만큼 치열하게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못박은 구조조정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정부는 지난 8월 올해 말까지 에틸렌 생산량 기준 최대 370만 톤 감축을 뼈대로 한 석화 재편안 제출을 요구했다.
이런 방침에 따른 ‘구조조정 사례 1호’ 충남 대산 산단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도 설비 통폐합 방안만 우선 내놨다. 감산 규모로 업계는 최대 110만 톤을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여수와 울산에서 구조조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기업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셈이다.
울산에서는 가뜩이나 구조조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과 에쓰오일, 대한유화 등 3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무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에쓰오일 연결 부채비율이 9월말 189%, SK지오센트릭이 141.9%, 대한유화 32%로 집계됐다. 신용평가업계는 이 가운데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도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에쓰오일은 특히 원유에서 정유 공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화학 원료를 전환해 에틸렌 생산을 늘리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완공을 앞둬 곧바로 구조조정에 참여할 유인이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여수에서도 주요 생산기지를 둔 석화기업들이 치열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 지역 대표적 석유화학기업인 여천 NCC는 공동 대주주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올해 유상증자로 자금을 투입했지만 연결 부채비율이 9월말 346%에 이를 정도로 재무 부담을 크게 지고 있다. 두 그룹이 여천NCC 지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이력도 구조조정의 뇌관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석화업계 구조조정이 기업별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 계획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일본 사례를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S&P글로벌은 보고서를 통해 “구조조정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반의 영향은 2026년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공식 발표부터 실제 가동 중단까지 거의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불황 근본 요인으로 꼽히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석화업계 2026년 전망을 두고 “세계 시장에서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에틸렌 약 3천만 톤 생산능력 증설이 계획돼 있는데 상당 부분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동북아 역내 수급 구조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으로 석유화학 업황 개선 기대가 떠오르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업계는 뜻밖의 호재를 맞은 만큼 경쟁사와 설비 통폐합 등 ‘고육책’을 두고 눈치싸움을 더욱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에 변수가 더해지며 기업들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사진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1호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롯데케미칼>
11일 석유화학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미국의 LNG 가격 상승이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에 원가 경쟁력 우위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LNG 가격 상승과 함께 에탄 가격이 올라 에탄분해시설(ECC)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이에 국내 NCC 원가 경쟁력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늦어도 2026년 3월에는 석유화학 업황 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NG 가격 상승이 국내 석화업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대표적 기초석유화학 원료로 ‘석유화학의 쌀’로도 불리는 에틸렌을 만드는 공정과 관련이 있다.
에틸렌 제조 공정은 크게 LNG 처리공정에서 나오는 에탄을 분해하는 ECC와 석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납사)를 처리하는 NCC로 나뉜다.
국내 석화업계는 정유업 기반이 탄탄해 NCC를 위주로 이뤄져 있다. 반면 ECC는 ‘셰일가스 혁명’으로 원가 부담을 크게 낮춘 미국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 ECC가 강력한 원가 경쟁력으로 국내 NCC를 위협했는데 LNG 가격이 오르면서 이같은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LNG와 원유 가격 흐름은 올해 말부터 한동안 엇갈리며 국내 NCC 원가 부담을 한결 덜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올해 하락세를 보였고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NG는 미국 내 에너지 수요 및 수출 증가로 가격 상승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방향성이 엇갈리고 있다”며 “천연가스가격 상승에 ECC와 NCC 원가 격차는 줄고 지난 3년 동안 최악이었던 NCC 평가절하 국면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천연가스 가격과 유가 추이. <신영증권>
각 석유화학 기업은 지금도 경쟁사와 설비 통폐합이란 ‘고육책’을 써야 하는 만큼 치열하게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못박은 구조조정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정부는 지난 8월 올해 말까지 에틸렌 생산량 기준 최대 370만 톤 감축을 뼈대로 한 석화 재편안 제출을 요구했다.
이런 방침에 따른 ‘구조조정 사례 1호’ 충남 대산 산단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도 설비 통폐합 방안만 우선 내놨다. 감산 규모로 업계는 최대 110만 톤을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여수와 울산에서 구조조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기업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셈이다.
울산에서는 가뜩이나 구조조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과 에쓰오일, 대한유화 등 3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무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에쓰오일 연결 부채비율이 9월말 189%, SK지오센트릭이 141.9%, 대한유화 32%로 집계됐다. 신용평가업계는 이 가운데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도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에쓰오일은 특히 원유에서 정유 공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화학 원료를 전환해 에틸렌 생산을 늘리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완공을 앞둬 곧바로 구조조정에 참여할 유인이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여수에서도 주요 생산기지를 둔 석화기업들이 치열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 지역 대표적 석유화학기업인 여천 NCC는 공동 대주주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올해 유상증자로 자금을 투입했지만 연결 부채비율이 9월말 346%에 이를 정도로 재무 부담을 크게 지고 있다. 두 그룹이 여천NCC 지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이력도 구조조정의 뇌관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석화업계 구조조정이 기업별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 계획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일본 사례를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S&P글로벌은 보고서를 통해 “구조조정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반의 영향은 2026년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공식 발표부터 실제 가동 중단까지 거의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불황 근본 요인으로 꼽히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석화업계 2026년 전망을 두고 “세계 시장에서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에틸렌 약 3천만 톤 생산능력 증설이 계획돼 있는데 상당 부분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동북아 역내 수급 구조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