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탈중국' 공급망 구축 붐에 따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수주를 늘리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LFP 배터리 시장에서 대항마로 LG에너지솔루션이 떠오르면서, 김동명 대표이사 사장이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대거 늘릴지 주목된다. 
 
LG엔솔 '탈중국' 확산에 전기차용 LFP배터리 수주 증가, 김동명 LFP 생산라인 대거 늘릴지 주목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용 LFP 생산설비 증설을 통해 중저가 배터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장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 원 가량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 LFP배터리를 납품키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지난해 10월 벤츠와 50.5기가와트시(GWh)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올해 9월에는 107GWh 규모의 삼원계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선 두 계약의 규모는 총 1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급 대상 제품은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삼원계 배터리인 것으로 확인된다. 46시리즈는 기존 프리미엄급 제품 2170시리즈보다 에너지밀도가 5배 이상 높은 차세대 원통형 제품이다.

벤츠는 2027년까지 프리미엄급부터 엔트리급까지 총 40종 이상의 전기차를 신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최근 계약이 프리미엄급 모델에 적용되는 원통형 46시리즈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된 것에 비해 이번 계약은 미드니켈 삼원계 배터리와 LFP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에 LFP 배터리 약 14GWh, 전기차 21만 대 분량을 공급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존 벤츠의 전기차에는 중국산 배터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벤츠의 전기차 모델 EQE 300, EQE 350+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17종의 모델 가운데 14종이 중국 CATL과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에서는 앞서 있지만, 벤츠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기술력과 화재안전성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파우치형 LFP배터리에 셀투팩(CTP)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모듈 없이 배터리셀을 팩에 바로 연결할 수 있어 공정·부품 단순화, 에너지 밀도 개선,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엔솔 '탈중국' 확산에 전기차용 LFP배터리 수주 증가, 김동명 LFP 생산라인 대거 늘릴지 주목

▲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합작사 넥스트스타에너지(왼쪽)와 GM과의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 미국 공장 전경. <각사>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화재 취약성이  이번 벤츠와 공급 계약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앞서 르노와 39GWh 규모 LFP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한동안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이 끊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용 LFP배터리 공급망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미국 내 유일한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 기업이라는 점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시장에서도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다수의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LFP 배터리 생산라인의 대부분이 ESS용인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폴란드 공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폴란드 공장의 LFP배터리 생산규모는 연간 3GWh 수준에 그치며, 이마저도 ESS용과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합산한 수치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 얼티엄셀즈,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넥스트스타에너지가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본격 양산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M과 스텔란티스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전기차 생산 계획을 축소 또는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LFP배터리 생산보다 ESS용 LFP 배터리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하고 있는 ESS용 LFP배터리 수주잔고도 120GWh를 넘어 ESS용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사장은 발빠른 LFP배터리 양산으로 중국의 중저가 배터리 독주를 깨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용 LFP배터리 생산설비 증설에 나설지 주목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저가 배터리 수주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배터리 수주 가뭄을 해소했다”며 “2026년 르노 대상 LFP배터리 공급을 시작으로 다수의 LFP배터리 수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