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상동광산에서 반자동 분쇄기가 텅스텐 광석을 분쇄하고 있다. <알몬티대한중석>
중국은 희토류에 이어 일반 광물까지 지배력을 넓혀 ‘한국산 텅스텐’이 미국에 전략 자원으로 지위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에 이어 텅스텐을 대미 광물 수출통제에 주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중국은 10월30일 한국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중 관세 인하에 발맞춰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수출통제를 시작한 텅스텐을 두고 중국이 아직 별다른 수출통제 완화 조치를 내지 않고 있다. 이에 텅스텐이 미국에 유효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텅스텐은 단단하고(내마모성) 고온에도 변형이 없어(내열성) 탄약과 핵잠수함 방사선 차폐 등 방위 산업과 반도체 등 제품에 필수 소재로 쓰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중국이 2023년 기준 전 세계 텅스텐 매장량의 52% 및 생산의 8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텅스텐은 희토류 광물에는 속하지 않는다. 희토류는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네오디뮴과 스칸튬, 이트륨 등 17종의 원소를 일컫는 말이다.
앞서 중국은 2월 텅스텐을 포함해 텔루륨과 비스무트,인듐과 몰리브덴 등 5종의 비희토류 광물에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희토류로 재미를 봤던 중국이 텅스텐을 비롯한 일반 광물까지 세계 공급망에서 쥐고 흔들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중국이 수출 통제를 시행한 뒤 텅스텐 가격은 2월 톤당 340달러(약 50만 원)에서 10월 600달러(약 88만4천 원) 이상으로 급등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울프램어드비저리의 윌리엄 페리-존스 설립자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올해 2월 이후 미국 기업이 중국에 텅스텐 수입 허가를 받은 경우는 아직 없다”며 “베이징이 이러한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정부도 텅스텐과 관련해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 광산 투자 기업인 코브캐피털은 11월6일 카자흐스탄 국영기업과 텅스텐 생산 설비 개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협상에 트럼프 정부도 참여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1월12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은 텅스텐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 2017년 6월2일 중국 광시 좡족 자치구에 위치한 텅스텐 광산에서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미국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한국산 텅스텐도 미국 정부가 중요하게 볼 가능성이 높다.
광산업체 알몬티중공업이 강원 영월에 인수한 ‘상동광산’에서 미국으로 텅스텐 수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알몬티중공업은 상동광산에 건설 중인 텅스텐 생산 설비에서 연내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양산을 목표로 내놨다.
이제 막 설비 개발을 약속한 카자흐스탄보다 한국산 텅스텐이 미국에 먼저 도착해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알몬티중공업도 미국으로 한국산 텅스텐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알몬티중공업은 1일 미국 예비역 준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고 대관 업무에 시동을 걸었다.
인베스팅닷컴은 “33년 이상 미군 경력을 가진 스티븐 L. 앨런 COO는 한국 상동 프로젝트와 미국 내 광산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알몬티중공업은 11월3일 미국 몬태나주에 위치한 젠텅브라운스레이크 텅스텐 광산도 인수했다.
그러나 미국 광산 가동 시점은 상동광산보다 1년가량 늦은 2026년 말이고 총 매장량도 상동광산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국 내 다른 텅스텐 광산은 낮은 경제성으로 지난 10년 동안 상업 채굴을 하지 않았다. 미국 텅스텐 광산도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라 당장 한국산 텅스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권도 한국산 텅스텐을 주목하고 있다. 6월2일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알몬티중공업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텅스텐에 자세한 정보를 요청했다.
요컨대 중국이 희토류에서 일반 광물로 자원 무기화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에게는 한국산 텅스텐이 대체 불가한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미국 씽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존 들루리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미국이 중국과 광물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각은 성급하다”며 “중국은 여전히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