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엔비디아 제품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내년 출하량을 대폭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캠브리콘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엔비디아 반도체 중국 수출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자체 기술력을 빠르게 높여 진입장벽을 구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
블룸버그는 4일 “캠브리콘이 내년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을 올해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해 화웨이와 경쟁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공백을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캠브리콘은 2026년에 50만 장 수준의 인공지능 반도체 출하량 목표치를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골드만삭스의 올해 판매량 추정치는 14만2천 대로 집계됐는데 3배를 넘는 수치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하며 “중국 정부의 엔비디아 반도체 사용 제한 압박에 맞춰 중국 업체들에 성장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엔비디아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사양이 비교적 낮은 반도체도 한때 트럼프 정부에서 수출을 제한했으나 현재는 허용됐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자국 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엔비디아의 기존 고객사들에 수입산 반도체 사용을 자제하라는 압박을 내놓으며 자급체제 구축 전략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캠브리콘이 이러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며 내수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빈 자리를 채우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도 내년 인공지능 반도체 출하량을 올해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중국 수출은 미국 정치권에서 꾸준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 화웨이 자체 설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용 제품.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엔비디아 H200 반도체를 대중국 수출 허가 목록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판매하던 H20보다 성능이 높은 제품이다.
젠슨 황 CEO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에 참석하는 등 수출 승인을 받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젠슨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H200을 실제로 사들이려 할 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를 자제하도록 압박을 지속하면서 자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장려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엔비디아 반도체 대중국 수출 승인 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자연히 캠브리콘이나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캠브리콘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주 물량 가운데 절반 정도는 바이트댄스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알리바바와 같은 AI 선두 기업도 곧 대형 고객사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젠슨 황은 미국이 중국에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면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더 키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 H200은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와 비교해 뛰어나지만 이러한 격차는 곧 좁혀질 것”이라며 “중국이 이른 시일에 엔비디아에 의존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캠브리콘과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의 생산 수율이 지나치게 낮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캠브리콘 고사양 반도체의 생산 수율은 현재 20% 안팎에 그친다는 관계자의 말이 근거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향후 생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