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운4구역 주요 토지소유주 가운데 하나인 한호건설이 보유 토지를 SH에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다.

황상하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여러 개발사업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운4구역까지 추가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으로 압박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SH 세운4구역 놓고 진퇴양난, 황상하 '오세훈 부동산 개발' 놓고 고민 커져

▲ 황상하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여러 개발 사업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운4구역까지 부담으로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며 압박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황상하 SH 사장이 올해 2월 서울시청 인근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H가 한호건설이 가진 세운4구역 일대 토지를 매입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세운4구역은 국·공유지와 민간 소유지로 구성된 지역으로 한호건설은 이 가운데 3135.8㎡(약 950평)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운4구역 전체 면적의 10% 수준이며 민간 소유분만 놓고 보면 비중이 30%에 이른다.

2006년 시작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은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추진되는 과정에서 개발 계획이 수차례 연기되고 변경되며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흐름에다 정치권에서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자 한호건설이 토지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이 과거 재임하던 2009년에는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계획이 처음 수립됐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전 시장이 이를 전면 백지화한 데 이어 2014년에는 도시재생 전략을 내놓으면서 사업 방향이 크게 전환됐다.

2019년에도 박 전 시장의 지시로 을지로 노포 보존과 도심 생태계 보호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추진이 한 차례 미뤄졌다.

이후 2021년 서울시장으로 복귀한 오 시장이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며 세운상가는 다시 철거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세운4구역 재개발은 이렇듯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기부채납 비중 확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사업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이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SH 세운4구역 놓고 진퇴양난, 황상하 '오세훈 부동산 개발' 놓고 고민 커져

▲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은 장기간 지연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기부채납 비중 확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사업성이 급격히 낮아지게 됐다. 사진은 종묘와 세운4구역 재개발 지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월 재개발 사업 건물 최고 높이가 72m에서 142m로 상향되면서 용적률도 기존 660%에서 1.5배 늘어난 1008%까지 확대됐음에도 사업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비례율은 여전히 103%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한호건설이 보유한 세운4구역 토지 10%까지 인수하게 되면 이 구역 전체 토지의 70%를 서울시와 SH가 보유하는 구조가 된다. 사업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공공주도 개발로 전환될 경우 SH가 떠안아야 할 향후 부담은 한층 더 무거워질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황상하 사장으로서는 오세훈 시장의 개발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도 차질이 생길 여지가 크다.

오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고 SH가 그 핵심 실행 기관 역할을 맡아온 점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황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한 뒤 오 시장의 주요 정책인 ‘미리 내 집’ 공급 확대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SH의 핵심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며 정책 지원 의지를 분명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SH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백사마을과 구룡마을 등 대규모 정비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며 오 시장의 개발 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황 사장은 지난 2월에는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서울시의 저출생 대책인 ‘미리 내 집’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강남 성뒤마을, 구룡마을 등에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 서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시장이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종묘의 문화유산보존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어 황 사장으로서는 사업성 하락을 무릅쓰고 한호건설 토지를 매입하기도, 안 하기도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대규모 사업 추진 과정에서 SH의 부채비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SH의 고민이 커지는 지점으로 꼽힌다. 2024년 SH 총부채액은 20조236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총부채액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SH 부채 비율은 2024년 말 195% 수준에서 2027년 26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SH 측에 한호건설 토지 매입건을 포함해 세운4구역과 관련한 입장을 묻고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