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아픈 손가락' TV사업 적자 벗어나나, LCD 가격 하락에 원가부담 줄어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에 제조원가 부담이 줄어들며 사업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의 급격한 하락에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최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의 TV사업이 반등 기회를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세계 TV 시장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LCD 가격 하락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월 글로벌 LCD 패널 가격이 2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2026년 1분기에는 새로운 최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간 크기의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2024년 6월 132달러에 달했지만, 올해 3분기부터 급격히 떨어져 11월에는 116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밥 오브라이언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올해 3분기 LCD TV 패널 가격은 전분기 대비 평균 4.5% 하락했는데,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전분기 대비 하락 폭"이라며 "4분기 가격도 4%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CD 패널 가격 하락은 국내 TV 제조사에 호재다.

패널은 TV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TV용 LCD 패널을 주로 BOE, 차이나스타(CSOT), HKC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로부터 전량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약 4천만 대의 TV용 LCD 패널을 중국 등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OLED 패널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LCD 공급망은 대부분 중국 업체로 재편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2024년 약 2조 원에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중국 CSOT에 매각하며 사실상 LCD 제조에서 손을 뗐다.
삼성전자·LG전자 '아픈 손가락' TV사업 적자 벗어나나, LCD 가격 하락에 원가부담 줄어

▲ LCD TV 패널 가격 지수(2015년 1월~2026년 2월).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와 LG전자 TV사업은 최근 회사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데다 관세, 물류비 부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는 올해 3분기 1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 2023년 4분기(영업손실 500억 원) 이후 7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LG전자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부도 3분기 30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LCD 패널 가격이 내려가면 그만큼 원재료 구매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TV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TV 수요가 늘지 않으면 원가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11일 중국 광군제 프로모션의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프로모션도 제조들이 TV 가격을 앞다퉈 인하함에 따라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LCD 패널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힘을 주고 있는 올레드(OLED) TV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OLED 패널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LCD 패널 가격이 더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OLED TV와 LCD TV의 가격 격차는 커진다. 이는 결국 고가인 OLED TV의 수요를 LCD TV가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TV 시장 자체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 효과가 상쇄돼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OLED 등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을 늘리고 있어, LCD 가격 하락의 긍정적 측면도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