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기후변화 부정론' SNS 플랫폼이 키운다,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9월 뉴욕시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몇 년 동안 기후총회에서 글로벌 기후대응 합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관해 유포된 허위 정보가 제대로 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주요 채널이 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함께 나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기후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이 게시물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 부정론을 퍼뜨리는 세력들의 주요 창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발언하면서 SNS에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지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공개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한 것이나 다름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광범위한 지지를 모았던 일을 두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의 느슨한 단속을 원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자사가 운영하는 SNS들의 정치적 주제 게시 제한을 완화했다. 이같은 조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허위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글로벌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기후변화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계정은 수익을 창출하거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같은 유튜브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밀로이 전 트럼프 행정부 환경보호청 인수위원회 고문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기후 회의론자들은 이제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정치권에서도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을 통해 확산되는 허위 정보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셸든 화이트하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후 허위 정보 전쟁에서 줄곧 패배해왔다"며 "수십 년에 걸친 허위 정보 공세를 막아내는 것에 무능했기에 지금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총회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둬 전 세계 기후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발 '기후변화 부정론' SNS 플랫폼이 키운다,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져

▲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장에서 COP30 사무국 관계자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달 22일 종료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개최국인 브라질은 COP30이 '이행의 COP'가 될 것이라고 홍보했으나 실상은 핵심 의제가 모두 제대로 합의되지 못했다.

COP30 최종합의문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산림 보호 이니셔티브 등 주요 의제들을 모두 각국의 자율에 맡겨두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피터 샌즈버리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차이나데일리 칼럼을 통해 "이번 COP30의 결과물은 형편없다는 말도 아까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30차례의 회의, 그보다 많은 준비 회의, 수많은 협정, 조약, 프레임워크, 의정서,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세력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OP30 회기 도중 브라질은 허위 정보 유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첫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발족시켰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브라질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 무결성 선언문'을 발표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허위 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막고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과학자, 기자, 연구자 등을 보호하기로 했다.

해당 선언문을 통해 '기후변화 정보에 관한 무결성 이니셔티브'가 발족됐다.

문제는 해당 이니셔티브도 각국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COP30 종료 시점 기준 이니셔티브 가입국은 브라질,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22개국에 불과했다. COP30 참가국들이 공식적으로는 197개국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입국 비중은 약 10%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유엔 관계자들은 세계 각국에 이니텨시브 참여를 독려했다.

프레데리코 아시스 COP30 정보 무결성 특사는 유엔 뉴스를 통해 "허위 정보가 COP 과정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인식되고 있다"며 "부정주의에서 비롯되는 허위 정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모든 노력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