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사진)이 멈췄던 인수합병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피어오른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선호 경영리더는 최근 지주사 5대 그룹 가운데 하나인 미래기획그룹의 그룹장을 맡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CJ그룹은 최근 지주사 핵심 기능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견고화(포트폴리오전략그룹) △미래전략(미래기획그룹) △전략적 사업지원(전략지원그룹, 준법지원그룹) △인재∙문화혁신(HR그룹) 등으로 명확히 하고 유사 기능의 조직을 ‘그룹’ 단위로 재편했다.
이번 재편으로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주사 CJ의 미래기획실장에 이어 미래기획그룹장까지 맡게 됐다. 미래기획그룹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미래기획실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추진실이 통합된 조직이다.
미래기획그룹장을 맡은 이 경영리더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로 읽힌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초기 단계부터 일구거나 이미 존재하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위험부담이 큰 신사업 진출보다는 인수합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감이 실린다.
실제로 CJ그룹은 그동안 한 단계씩 성장하려 할 때마다 대형 글로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전문기업 ‘슈완스’ 인수와 2022년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 성패를 두고는 서로 엇갈린 평가가 내려진다.
▲ CJ그룹이 또 한번의 글로벌 인수합병으로 신성장동력을 찾을 지 관심이 모인다.
2019년 CJ제일제당은 슈완스를 18억4천만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CJ제일제당은 미국 안의 생산공장 17개와 물류센터 10개를 확보하게 됐다. 당시 5개였던 CJ제일제당의 미국 내 생산기지는 이 인수로 22개로 대폭 늘어났다.
당시 2조 원이라는 CJ그룹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주된 이유로는 1조 원 추가 차입에 따른 재무 부담이 거론됐다. 한국기업평가는 CJ제일제당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는데 그 이유로 슈완스 인수에 따른 재무 안정성 저하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CJ제일제당의 슈완스를 인수를 두고 언론과 업계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높았다”라며 “더욱이 CJ제일제당의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이라,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슈완스 인수 효과가 가시화된 2022년 CJ제일제당 해외 매출은 5조1811억 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5조 원의 문턱을 넘었다. 이 가운데 슈완스의 매출은 3조3369억 원이었다. 전체 식품 사업부문 매출 가운데 해외식품 매출 비중도 2018년 13%에서 2022년 47%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슈완스 인수는 북미 식품 사업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에도 CJ그룹에 또 한번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있었다. CJENM이 해외 진출의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당시 엔데버콘텐트) 지분 80%를 7억8500만 달러(약 9337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는 CJ그룹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뒤 가장 큰 규모의 거래였다.
이 거래의 성공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할리우드 작가파업 등 악재가 지속되며 인수 이후 영업손익 적자를 내며 전체 연결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자가 개선됨에 따라 올 4부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앞으로 인수합병이 추진된다면 기업의 미래가치 산출에 많은 불확실성이 작용하는 만큼 이선호 경영리더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읽힌다. 더불어 새로운 인수합병 대상의 물색은 슈완스와 피프스시즌의 경우처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기대하고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식품사업부문의 글로벌 인수합병 담당자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공고에서는 해당 직무가 경력직을 대상으로 채용되며 가공식품 산업 중심으로 글로벌 인수합병 전략을 맡게 되는 것으로 서술됐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지주사로 이동한 뒤 다방면에서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룹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글로벌 확장 전략에 맞춰 신사업 역시 글로벌 사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