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CA협의체는 카카오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독립 기구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의 연임과 맞물려 CA협의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 차원의 전략 설정과 경영 쇄신을 위해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벤치마킹해 2024년 2월 출범했다. 하지만 현재는 비대한 권한과 구조, 구성원들의 사건·사고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CA협의체가 이사회의 의결, 혹은 주주총회의 승인 없이 설치된 기구인만큼 CA협의체가 그룹 전체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관련해 비판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의 이사회 운영을 살펴보면 CA협의체가 카카오 이사회와 완전히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조석영 카카오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회 준법지원팀장은 사내이사로 카카오 이사회에 속해있다.
하지만 CA협의체 내부에서 조석영 팀장의 위에 위치한 정종욱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장은 이사회의 멤버가 아니라 상근 미등기임원이다.
카카오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와 CA협의체 사이에 ‘교통정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CA협의체가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주로 감시·견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사결정과 관련된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카카오 내부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대표이사 중심으로 CA협의체 권한과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가 카카오 전체의 임원인사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2026년 카카오의 최대 변곡점, 정신아의 임기 종료와 연임 여부
2026년 상반기 카카오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임원인사 변동 가능성을 안고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가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의 임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카카오 계열사 대표이사의 수는 모두 71명으로, 국내 30대 그룹 전체에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정신아 대표이사다. 정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정 대표는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 카카오 쇄신TF장, CA협의체 사업총괄·의장 등을 거치며 그룹 혁신과 AI 전환 전략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취임 이후 비핵심 사업 정리를 중점에 둔 ‘조직 다이어트’를 통해 계열사 수를 빠르게 줄였고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카카오의 핵심 사업으로 못박고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카카오는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866억 원, 영업이익 208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 영업이익은 무려 59% 상승한 것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올해 2분기보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실적 향상과 조직 슬림화 성공을 바탕으로 정신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카카오가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메신저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카카오의 인공지능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신아 대표를 교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 실적과 거꾸로가는 사회적 시선, 그 중심에 놓여있는 CA협의체
문제는 새로 역사를 쓰고 있는 카카오의 실적과 달리 사회적 신뢰 측면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놓여있는 조직이 바로 CA협의체다.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CA협의체 고위 임원의 자녀 결혼식에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한 임원이 자녀 결혼식에 직원들을 불러 축의금 수납과 하객 안내 업무를 맡았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운 것’, '도운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했다'는 해명도 나왔지만 직장 내부의 상하관계를 살피면 자발성을 믿기 어렵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CA협의체 인사들과 관련된 논란은 이 밖에도 많다.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긴 했지만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재현 전 CA협의체 투자총괄 대표, ‘회의 욕설 논란’으로 2024년 3월 해고된 김정호 전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대표 등이 대표적 사례다.
CA협의체의 일원은 아니지만 최근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 논란과 관련해 책임자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거론되며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
홍민택 CPO의 논란과 관련해 홍 CPO의 전 직장인 토스의 문화를 지적하는 시선이 나오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에 “강압은 토스의 방식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CA협의체와 카카오 고위 임원인사, 결국은 정신아 연임에 달렸다
재계에서는 정신아 대표의 연임 여부가 CA협의체를 포함한 카카오 그룹 고위 임원들의 인사, 나아가 조직개편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가 일반 대기업처럼 정기 연말인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아 대표의 임기 만료, 계열사 CEO의 교체 혹은 연임 등과 맞물려 대규모 인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CA협의체의 총괄 대표, 위원장 등 핵심 보직을 교체하고 인사·전략 기능을 대표이사와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CA협의체의 총괄대표와 위원장은 정신아 대표(CA협의체 의장)을 포함해 정종욱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장, 이나리 CA협의체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신종환 CA협의체 재무총괄대표, 황태선 CA협의체 협의체총괄대표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로서 임기를 부여받고 있는 인물은 정신아 대표와 신종환 총괄대표 뿐이며 정 위원장, 이나리 위원장, 황태선 총괄대표는 미등기이사로서 CA협의체의 업무를 보고 있다. 홍민택 CPO 역시 사내이사가 아니라 미등기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임기가 2027년 3월까지인 신종환 총괄대표를 제외하면 사실상 카카오 ‘수뇌부’의 대부분이 교체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 정신아 대표 연임이 무산된다면 CA협의체의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신아 대표는 현재 CA협의체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가 실적 측면에서는 좋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가 카카오가 그동안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사례 자체가 드물었던 만큼, 정신아 대표의 교체는 카카오가 ‘실적’보다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올해 계열사의 수 자체를 대폭 줄인 만큼 카카오의 인사는 단순히 계열사 CEO들의 연임이냐 아니냐를 넘어 카카오 전체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