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위협에 한국과 대만 정부가 동맹관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TSMC가 경쟁하는 관계인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대만 매체의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가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만큼 이들의 협력은 상징성을 보여줄 뿐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대만 공상시보는 25일 “한국과 대만의 ‘관세 대응 동맹’ 가능성을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며 “그러나 진정한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에 최고 10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이러한 조치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대만은 이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관세 정책 대응에 협력할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공상시보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양국이 상징적 수준의 교류를 하는 데 그치고 자국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가장 현실적 시나리오”라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무역 논의에서 한국과 대만이 동일한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관세 등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받았다. 반면 대만은 아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공상시보는 결국 “한국이 최근 대만에 협력을 제안한 것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며 “대만이 좋은 조건을 얻어낸다면 한국도 같은 대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따라서 한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미국과 반도체 관세 협상에 나서는 등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일반적으로 양자 협상을 선호하며 다른 국가들의 공동 대응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문제로 꼽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상시보는 “내부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한국과 대만의 비공식적 동맹은 오히려 더 강력한 제재를 받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대만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도 양국 협력에 걸림돌로 남아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2나노 및 차세대 1.6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시장에서 같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상시보는 “미국의 관세 정책 효과는 결국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결국 관세는 협력이 아닌 경쟁 수단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한국과 대만이 미국과 협상 전략을 공유하거나 공동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대만이 과거 한국과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에서 사실상 패배한 점도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꺼릴 수밖에 없는 원인이라는 관측이 제시됐다.
한국과 대만이 과거 디스플레이 패널 반덤핑 및 독점 조사와 관련해 공동 대응한 적이 있지만 한국 업체들이 결국 서방 국가들과 개별 협상에 나서면서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했다는 것이다.
공상시보는 그 결과 대만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한국과 협력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결국 미국 반도체 관세 부과와 관련한 문제에서도 한국과 대만의 파트너십은 최적의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상시보는 “업계 전문가들은 대만 기업들이 동맹 효과에 기대기보다 고유의 기술 역량을 높여 독자적 협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