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육류담보대출 사기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하 KB증권 연구원은 6일 “동양생명의 대손비용 산정은 보수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대손비용의 환입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담보물의 회수가능금액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
|
▲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 3804억 원의 연체액 가운데 70%인 2662억 규모의 대출채권을 대손처리했다.
육류담보대출은 냉동보관하고 있는 수입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20%에서 많게는 50%의 비율로 계산한 1100억 원 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손실로 처리한 것이다.
이는 올해 실적에 더이상 발목이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동시에 동양생명을 두고 벌어질 수 있는 불확실성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담보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가운데 어느 정도가 동양생명의 소유권으로 인정받을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만큼 한동안 시장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담보물의 회수가능금액 파악이 두달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채권단과의 법적 공방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생명은 담보물의 선순위 채권자임을 주장하면서 공동대응하고 있는 채권단과 독립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사기사건은 한 담보물을 놓고 중복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금융사들끼리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법적 공방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끼리의 싸움이 생기면 동양생명으로서도 피해가 장기화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현행법상 육류담보대출은 양도담보대출에 해당되기 때문에 동양생명이 선순위 채권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동양생명의 지분이 일차적으로 확보되지 않아 회수가능액이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동양생명이 지난해 4분기에 커다란 손실을 미리 인식해서 앞으로는 환입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손실 규모가 이를 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손실로 분류하지 않은 잔존 대출금은 1141억 원으로 이것은 추가 최대 손실 규모가 될 수 있다”며 “지난해 반영한 2662억 원이 최대손실이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동양생명은 최대주주인 중국의 안방보험을 대상으로 624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어 육류담보대출로 입은 피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양생명은 “자본 건전성 제고를 위해 대주주로부터 6천억 원대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도 예정돼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1조8581억 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육류담보대출 피해에 따른 손실에도 지급여력비율 200% 이상을 유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동양생명이 올해 1월 안에 대금 조달을 마치기로 발표한 것과 달리 아직까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없다.
대금조달이 원활히 이루어진다 해도 애초에 의도했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은 유상증자 계획 당시 동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60% 이상 올라갈 것이라 예측했지만 유상증자 대금의 상당부분이 사기피해로 생긴 손실을 메꾸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