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금융사 시니어 서비스 의료용 로봇까지 확장, 하나은행의 파격 시도

▲ 20일 하나더넥스트 서초동라운지에서 웨어러블 로봇 체험이 진행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거 하면 와야죠. 재미있잖아요?”

20일 하나은행이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 1주년을 맞아 준비한 웨어러블 로봇 체험 행사에서 만난 한 고객은 이벤트 안내를 받자마자 참여를 결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금융사가 여는 세미나나 강연에는 자주 가봤지만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을 직접 체험하는 행사는 처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체험 행사가 열린 하나은행 서초동 지점 2층 하나더넥스트 서초동라운지에는 다소 낯선 기계 장비가 놓여 있었다.

웨어러블 로봇기업 엔젤로보틱스의 고관절 보조 웨어러블 로봇 ‘엔젤슈트 H10’다. 쉽게 말해 걷기 기능을 보조해 정상 보행 능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의료용 로봇이다.

현재 이 장비는 의료기기로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대형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장비가 금융사 공간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금융과 의료용 로봇이라는 이 생소한 조합은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웨어러블 로봇 체험은 총 3회로 기획됐다. 13일 1회차에 이어 이날(20일) 2회차가 진행됐다. 3회차는 27일에 열린다. 다만 신청은 조기 마감됐다.

시니어 고객의 관심이 예상보다 컸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도 ‘해본 적 없는 경험’에 대한 즐거움이 눈에 띄었다. 한 고객은 지인과 함께 방문해 체험하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하나더넥스트 관계자는 “1회차 체험을 마쳤을 때도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처음에는 보조기구 정도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체험해보면 이래서 로봇이라고 하는구나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 금융사 시니어 서비스 의료용 로봇까지 확장, 하나은행의 파격 시도

▲ 20일 하나더넥스트 서초동라운지에서 한 고객이 '엔젤슈트 H10'를 착용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생소한 개념과 달리 착용 방식은 복잡하지 않았다. 허리와 다리에 벨크로 밴드를 조절하는 정도로 마무리된다.

착용한 뒤에는 체험을 도와주는 전문 물리치료사가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태블릿으로 확인하고 로봇의 출력 등을 조정한다. 체험을 마치면 개인별 보행 데이터를 분석한 10장 분량의 보고서도 제공된다.

이번 행사는 하나금융그룹이 9월 엔젤로보틱스와 맺은 ‘로봇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미래전략산업 공동발굴’ 업무협약에 기반해 기획됐다.

이 협약에 따라 마련된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는 혁신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 체험 행사는 이 전략을 현장에서 구현한 첫 사례다.

하나금융은 의료용 로봇 상용화 과정에서 로봇 구입 금융지원과 로봇 연계 금융상품 개발도 추진한다. 이날 사용된 엔젤슈트 H10 역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제품이다.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생명 등 계열사 협업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와 하나캐피탈은 할부와 리스 등 고가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제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나생명은 자회사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가 요양시설을 운영하면 의료용 로봇을 도입하는 구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날 행사는 하나금융의 시니어 브랜드 전략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현장] 금융사 시니어 서비스 의료용 로봇까지 확장, 하나은행의 파격 시도

▲ 하나더넥스트 서초동라운지에 비치된 엔젤로보틱스 웨어러블 로봇 '엔젤슈트 H10'.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내 금융지주들은 시니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NH농협금융까지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5대 금융지주 모두가 시니어 시장을 본격 겨냥한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한 시기인 셈인데 하나금융은 시니어 자산관리에 그치지 않고 시니어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금융이 고령친화 사업 가운데 로봇 서비스 협업에 빠르게 나선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금융과 헬스테크의 결합으로 시니어들의 삶의 질 개선까지 같이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행사가 진행된 하나더넥스트 라운지 역시 하나금융의 시니어 전략 방향성을 오롯이 보여주는 공간이다.

하나더넥스트 관계자는 “하나더넥스트 라운지는 은행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해 시니어들의 소셜라이프 확장 기회도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며 “은행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은퇴 후 생기는 시간적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나더넥스트에서는 금융 콘텐츠만큼이나 비금융 콘텐츠를 많이 경험할 수 있다.

하나더넥스트 관계자는 “현재 금융과 비금융 콘텐츠 비중은 반반 수준”이라며 “여러 곳과 협업해 와인테이스팅, 꽃꽂이, 인공지능(AI) 교육 등 비금융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현장] 금융사 시니어 서비스 의료용 로봇까지 확장, 하나은행의 파격 시도

▲ 20일 하나더넥스트 서초동라운지에서 고객들이 '엔젤슈트 H10'를 체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