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데이터센터 넘어 '물리적 AI'에 집중, 일론 머스크 vs 제프 베이조스 '재대결'

▲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가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에미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데이터센터 구축을 넘어 ‘물리적 AI’로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와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설립자도 물리 AI 분야에서 새롭게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사람이 항공우주 부문에서 벌였던 경쟁이 새로 2라운드를 시작한 셈이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취재원 3명의 발언을 인용해 “제프 베이조스가 최근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라는 AI 회사에 직접 투자하고 공동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구글에서 자율주행 무인택시 웨이모와 드론 배송 서비스 등을 개발했던 과학자 빅 바자지와 함께 공동 CEO를 맡는다.

이번에 설립한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AI로 우주선과 컴퓨터, 자동차와 같은 물리적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지금까지의 AI는 챗봇으로 질문에 답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두뇌’ 역할에 머물렀다. 

반면 물리 AI는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방식으로 ‘행동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베이조스가 2021년 7월5일 아마존 경영에서 물러난 지 4년 만에 다시 직접 회사 운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베이조스의 자금을 포함해 62억 달러(약 9조840억 원)를 투자받았다”며 자금력에 기반해 경쟁사에 우위를 점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AI 시장은 대형 기술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뿐 아니라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신생 기업이 과학 기술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AI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기업은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렸는데 어떻게 수익을 낼지 불확실하다는 의구심이 시장에 퍼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업이지만 자금 규모가 크고 베이조스의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최근에는 로봇과 신약 개발 같은 분야에도 AI를 적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물리적 AI 시장에 베이조스와 같은 거물까지 등장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3월18일 미국에서 연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5에 참석해 “물리적 AI는 앞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신시장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경쟁 데이터센터 넘어 '물리적 AI'에 집중, 일론 머스크 vs 제프 베이조스 '재대결'

▲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가 6일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항공우주에 이어 물리적 AI 분야에 뛰어든 베프 베이조스의 행보는 일론 머스크와 유사하다. 

일론 머스크도 2002년 스페이스X에 이어 2023년 xAI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각각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을 앞세워 이미 항공우주 산업에서 수년 동안 경쟁해 왔다. 

포브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블루오리진의 기술력을 수차례 깎아내렸고 베이조스 또한 2019년 스페이스X의 목표인 화성 탐사를 두고 “동기부여를 만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블루오리진은 13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궤도 위성 ‘에스커페이드’를 실은 로켓 ‘뉴 글렌’을 발사한 뒤 1단 추진체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로켓 회수에 성공한 우주발사체 기업은 스페이스X에 이어 블루오리진이 두 번째인데 이번 AI 기업 출범이 머스크와 베이조스 사이 경쟁에 불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론 머스크 xAI 설립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 X에 베조스를 ‘흉내쟁이(카피캣)’라고 표현하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xAI도 물리 AI 개발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의 10월11일자 기사에 따르면 xAI는 올해 여름 엔비디아 인력을 영입해 실제 세계를 이해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인 ‘월드 모델’ 개발 경쟁에 합류했다. 

결국 세계 최고 부호 순위를 다투는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가 물리적 AI 기술이 부상하는 흐름에 맞춰 항공우주에서 경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뉴욕타임스는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도 AI 시스템에 기반해 스스로 실험을 수행하며 물리 세계에서 학습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