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R&D 재정비 마쳤다, 안미정 RNA 플랫폼 분사 '선택과 집중' 본격화

▲ 안미정 부광약품 회장(사진)이 18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부광약품 중앙연구소에서 열린 IR 행사에 처음 참석하며 R&D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안미정 부광약품 회장이 취임 첫 해 연구개발(R&D)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마무리하고 국내외 신약개발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10여 년간 해외 중심으로 구축해온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 자산을 전면 재평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세대 모달리티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부광약품은 18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부광약품 중앙연구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와 안미정 부광약품 회장, 토마스세이거 콘테라파마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안미정 회장은 올해 3월 부광약품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부광약품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지만 올해 3월 주총에서 이 회장이 물러나고 안 회장이 선임되면서 부광약품에 합류했다.

안 회장은 R&D 분야 특허 전문 변리사로 기초과학연구원과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등에서 제약·바이오 분야의 전문적 경험을 쌓았다. 이후 에스엘바이젠 대표 등을 역임하며 실무적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회장이 부광약품에 합류하면서 이사회 일원을 넘어 부광약품 차원에서 바이오 관련해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안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도 “지난 10여 년 동안 신약 개발에 있어서는 바이오 신약 중심으로 주로 해외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력해 왔다”며 “이 투자 자산을 한번 냉정히 검토하고 분석해서 선택과 집중해서 더욱더 육성할 것은 육성하고, 과감히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취임 후 6~7개월 동안 부광약품 연구본부 인력과 외부 전문가들을 함께 모아 ‘부광의 다음 10년 R&D 전략’을 다시 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이후 연구본부와 매일 R&D 점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기존 사업과 투자 건들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며 선택과 집중을 구체화했다.
부광약품 R&D 재정비 마쳤다, 안미정 RNA 플랫폼 분사 '선택과 집중' 본격화

▲ 안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대표적으로 자회사 콘테라파마에 핵심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며 다시 한 번 도약 기회를 찾고 있다.

상업성이 높다고 판단한 파킨슨병 아침 무동증 치료제 후보 ‘CP012’는 속도를 내기로 했다. 임상1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빠르게 임상2상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성과를 거뒀던 콘테라파마의 RNA 플랫폼을 별도 자회사로 독립시켜 빠르게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그는 “오늘 사실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콘테라파마로부터 RNA 치료제 사업을 분할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이 RNA 회사는 덴마크에 설립해서 RNA 치료제 전문 회사로 키울 예정인데, 이미 벤처캐피탈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콘테라파마는 CP012를 비롯한 중추신경계(CNS) 스몰몰리큘 치료제에 집중하고 신설 법인은 RNA 치료제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확장에 전념하도록 구조를 나누겠다는 복안이다.

부광약품은 이 외에 싱가포르 항암제 개발사 JaguAhr(제규어), 이스라엘 치매 치료제 개발사 Protekt(프로텍) 등 기존 투자사들도 연구 성과를 지켜보며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재정비하면서 국내외에서 유망한 기술 확보에 나선다.

안 회장은 기존에 참여해온 유럽 기반 바이오 펀드와 새로 조성 중인 글로벌 AI 바이오 펀드를 ‘탐색 레이더’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저희는 이미 2013~2014년부터 독일 베이스의 펀드에 2천만 달러 정도를 투자해서 20개가 넘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펀드에 투자해 네트워크를 쌓아오고 있다”며 “부광 내부에 AI 역량이 없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의 AI 바이오 기업과 네트워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를 위해 글로벌 AI 기반 바이오 펀드에도 참여했다”며 “콜로라도에 있는 허브에서 성장하는 AI 바이오텍들의 정보를 얻고, 이들과 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지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광약품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거리를 둬왔던 ‘국내 오픈이노베이션’도 추진하며 바이오 신기술 확보에 집중할 뜻도 내비쳤다.

안 회장은 특허·정책·컨설팅·벤처 경영을 아우른 자신의 이력을 꺼내 들며 국내 바이오 기술 발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기술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다만 그것들이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초기 단계에서 여러 이유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대학·연구소, 초기 바이오벤처들의 기술을 폭넓게 검토해서 단순 재무투자자(FI)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나 내재화까지 염두에 두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