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ᐧ최고콘텐츠책임자(CCO) 경영리더와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 경영리더의 행보가 엇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호 실장은 ‘전천후 경영인’으로서 그룹 사업 전반을 담당하고, 이경후 실장은 CJENM으로 대표되는 그룹의 문화 사업을 맡는 ‘문화 전문가’로 키운다는 청사진으로 풀이된다.

이재현 회장이 현재 그룹의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이선호 실장이 미래기획실에서 구상하는 신사업도 글로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후 실장은 CJENM에서 직무를 겸임하며 남편 정종환 CJENM 콘텐츠·글로벌사업총괄과 함께 회사 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CJENM에서 현재 자리를 7년째 지키고 있는 이경후 실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선호 실장이 9월 지주사로 이동하면서 다음 순서는 이경후 실장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선호 실장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CJ로 한 번 이동했다가 2019년부터 다시 CJ제일제당에 근무했다. 2022년 이후로는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았다. 이 실장은 그룹의 모태가 되는 CJ제일제당과 지주사를 오가며 경영수업을 받은 셈이다.

이 실장이 최근 이동한 미래기획실은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조직인 만큼 그룹이 영위하는 사업 전반을 둘러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을 기획하는 한편 기존의 사내벤처도 담당하며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이 실장은 그룹의 기존 틀 안에서 여러 사업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도, 계열사의 글로벌 신시장을 모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방안이 됐든 키워드는 CJ그룹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푸드·물류·바이오 등 CJ그룹의 핵심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현재 여러 계열사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해외사업 업력이 오래된 식품의 경우 전통적 해외 시장인 미국에 이어 유럽을 새로운 승부처로 삼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CJ푸드빌은 미국 조지아주에 빵 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북미 매장 1천 개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그룹은 또한 CJ대한통운으로 물류 사업 해외 영토도 넓히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미국 캔자스주와 조지아주에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13일 열린 창립 95주년 행사에서 2030년 글로벌 톱10 물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선언했다.

이재현 회장의 오랜 숙원인 바이오 사업 또한 글로벌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먹거리인 라이신과 트립토판, 알지닌 등 사료용 아미노산 외에도 신사업인 차세대 조미소재 ‘테이스트엔리치(TnR)’로 해외 매출 증가를 모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중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이경후 실장은 2011년 CJ에 입사한 뒤 2018년부터 지금의 CJENM 브랜드전략담당을 맡으며 직책만 상무에서 부사장대우, 경영리더로 변했다. 2024년부터는 음악콘텐츠사업본부 최고콘텐츠책임자(CCO)도 겸임했다.

7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이경후 실장의 인사이동이 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J그룹은 계열사 임원을 지주사로 이동시켜 경험치를 쌓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실장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지주사로 이동하는 시나리오가 더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에서 이선호 실장과 함께 근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경후 실장의 남편 정종환 총괄도 함께 CJENM에 관여도를 높이고 있다. CJ 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CJENM으로 이동해 근무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현재의 위치에 더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올해 들어 CJENM 주식을 3번 매입해 지분율을 0.07%로 올린 사실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읽힌다.

최근 이경후 실장과 이선호 실장은 모두 공개 장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4월 이재현 회장의 일본 현장 경영 자리에도 두 사람이 함께 동행했다.

이선호 실장은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의 한국 홍보관인 ‘코리아하우스’에도 직접 방문하며 해외 사업을 챙겼다. CJ그룹은 코리아하우스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이경후 실장은 지난해 9월 한 국내 패션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실장은 연예인 등 여러 유명인과 함께 앉아 쇼를 관람했다. 이를 두고 패션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CJ그룹 관계자는 “이경후 실장은 CJENM 사업영역 안에서 영향을 넓히고 있다”며 “지주사 이동 여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