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1호기 먹튀', '히틀러' 같은 표현까지 쏟아내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꿈쩍도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 이후 '시원한 발언'으로 당을 추스른 홍준표 전 대구시장처럼 되고 싶지만 '정치적 내공'에서 수준 차이가 크다는 말까지 나온다. 
 
'1호기 먹튀·히틀러' 독해지는 장동혁의 입, '홍카콜라' 홍준표와 "내공 차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을 두고 "오늘 1호기를 타고 해외로 먹튀 하겠다고 한다"며 "돌아오면 기다리는 것은 국정조사와 특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로 출국하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의 7박10일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다자외교와 방산 수출에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두고 '먹튀'(먹고 튀다)라고 공격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벌어진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의 배후로 이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사퇴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도 여러 정치적 요소를 고려했지만 자신이 결정한 일이라 밝혔다. 특히 정성호 법무장관의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장 대표의 거친 입은 하루이틀 된 것은 아니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이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다. 어느 새 이 대통령을 지칭할 때 '대통령' 호칭은 사라졌고, '먹튀' '독재자' '히틀러' '재앙'이라고 표현이 잇달아 등장했다.

그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대통령을 히틀러라고 지칭했다.

장 대표는 "3개 특검의 무도한 칼춤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보면서 히틀러의 망령이 어른거린다"며 "히틀러는 자기 측 사건은 덮고 반대파 사건은 확대 기소하는 선택적 사법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 호칭뿐 아니라 성씨 마저 빼고 불렀다.
 
그는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 구절이 생각난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재명이네 가족이 돼야만 살아남는 동물농장이 됐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이처럼 연일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등 여권의 악재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내년 6·3 지방선거의 지지층 집결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장 대표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홍 전 시장이 특유의 시원한 발언으로 '홍카콜라'라는 별명을 얻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로서 당의 지지율 회복을 이끌었다.

홍카콜라는 홍 전 시장의 성씨 '홍'에 시원함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붙인 것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이름도 'TV홍카콜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아무래도 장동혁 대표가 홍준표 전 시장을 참고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연이은 전략 실패와 지지율 악재에 빠진 상황이 홍준표 시장의 당 대표 시절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1호기 먹튀·히틀러' 독해지는 장동혁의 입, '홍카콜라' 홍준표와 "내공 차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4월14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장 대표의 '홍준표 따라잡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와 홍 전 시장의 '내공 차이'가 너무 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홍 전 시장은 정치권 '흐름'을 알고 핵심을 관통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적절한 '풍자'도 곁들여 언론이 기사 제목을 뽑기에 딱 좋은 언급을 연달아 내놨다. 하지만 장 대표는 오직 거칠기만 할 뿐 핵심을 비켜가기 일쑤다. 자칫 '황새 따라가는 뱁새'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홍 전 시장과 비교했을 때 단어부터 수준 차이가 난다"며 "홍 전 시장의 말에 '풍자'가 있었다면 장 대표의 단어에는 '악'만 남아있다"고 직격했다.

실제 장 대표가 이끄는 '반 이재명 투쟁'은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장 대표는 연일 '강강강'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은 정반대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임기 초반에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는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면서 중도 확장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갤럽의 최근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은 24%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에 비해 민주당과의 지지도 격차는 4%포인트 더 벌어졌다. 6월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전히 20%대 박스권에 갇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전국지표조사(NBS) 성적표는 더욱 저조하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상승한 42%인 반면 국민의힘은 4%포인트 하락한 21%로 배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 대선 패배 직후 실시된 6월2주차 조사(23%)보다도 낮은 수치다.
 
특히 지방선거를 견인할 중도층의 이탈이 주목된다. 중도층 기준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 36%에서 6%포인트 상승한 42%를, 국민의힘은 19%에서 8%포인트 하락한 1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통령 등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의 필요성은 충분히 알겠다"면서도 "하지만 오히려 중도층과 멀어지는 결과만 초래하는 발언과 표현들만 골라서 하고 있는데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첫 번째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것으로, 조사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달 1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폰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