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형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른바 ‘친반파’로 분류됐던 인사들의 앞날이 안갯속에 빠졌다.
바른정당에서는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최고위원이 대선에 나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누리당에 잔류한 나경원 정진석 의원 등도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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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왼쪽)과 오세훈 바른정당 최고위원. |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3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의원과 오 최고위원은 대선판도의 변화를 감안해 출마를 포기했던 것”이라며 “결심을 번복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금은 언론에서 그들이 다시 출마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오 최고위원은 올해 1월에 대선출마를 포기하고 반 전 총장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돌발사퇴’를 하면서 양쪽 모두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성태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2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반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포기한 뒤 김 의원이 ‘멘붕(멘탈붕괴)’해서 술을 좀 마셨다”며 “김 의원도 대선출마를 많이 준비했는데 반 전 총장을 위해 대선출마의 뜻을 접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오 최고위원은 반 전 총장의 출마포기 이후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대선출마 포기를 번복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두 사람이 대선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바른정당 안에서도 김 의원과 오 최고위원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과 경쟁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을 흡수해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만큼 경선의 주목도를 높이지 못하면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새누리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황 권한대행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김 의원 등 대선을 준비했던 사람들이 다시 나오기를 바라는 기류가 당내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 의원과 남 도지사의 지지율과 미래비전에 김 의원 등의 출마 여부가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과 오 최고위원은 대선에 다시 도전할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에 나오지 않겠다는 결정을 번복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반기문 지지세력이었던 나경원 의원과 정진석 의원 등은 황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될지 여부에 따라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의원은 황 권한대행으로 지지를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최근 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여야에서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결국 다시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아 바른정당 측에서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 정 의원은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 가능성을 놓고 ‘미친 짓’이라며 비판한 전력이 있어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 의원과 함께 탈당해 반 전 총장 측에 합류하기로 했던 충청권 의원들도 새누리당에 잔류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나 의원은 당내에서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남아 있지만 정 의원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며 “나 의원과 정 의원이 새누리당에 머무르면서 김 의원과 오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 인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