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급격히 줄어드는 금리 인하 가능성, 부동산 시장에 악재될까?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여전히 강한 집값 상승 기대감, 외환위기를 능가할 만큼 불안한 환율, 급속도로 호전되는 경제성장률 등이 집약된 탓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여전한 집값 상승 기대심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가로막아 

한은이 11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10월23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 위원 가운데 5명은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했다.

금리 동결을 지지한 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재명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부동산 시장이 극히 불안한 마당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통제불능의 상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최근 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되고, 오히려 집값만 더 자극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 보고서도 나왔다.

한은 경제모형실 윤진운 조사역과 금융통화위원회실 이정혁 조사역은 11일 발표한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시장 DSGE(동태확률일반균형) 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연구팀은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 자료를 토대로 국내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형성 방식을 검증한 결과 '합리적 기대'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즉, 집값이 꺾이는 국면에서도 상당 기간 상승 기대가 유지됐다는 뜻이다.

이에 연구팀은 경제 여건 변화와 관계없이 주택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편향된 인식을 갖는, 이른바 '진단적 기대'를 가정해 새로운 모형을 구축했다. 

이 모형에 따르면 금리 인하 시 집값 상승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돼 집값 상승 폭이 커지는 반면, 성장 제고 효과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진단적 기대를 가정할 경우 합리적 기대에 비해 금리 0.25%포인트 인하 후 8분기(2년) 지난 시점에 집값은 약 56% 더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 투자, 소비 등은 8~10% 정도 더 낮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말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이 비이성적 흥분상태에 놓여 있는 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집값만 폭등할 것이고 성장은 그에 아득히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안하기 이를데 없는 환율과 빠르게 회복되는 경제성장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저지하는 복병 가운데 하나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1460원까지 돌파한 상태다. 1500원이 멀지 않은 상태인데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면 원/달러 환율이 이렇게 불안한 적이 없었다.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인데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까닭은 많지만 그 중에 하나가 한미 금리차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5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2%포인트까지 벌어진 이후 6개월째 같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한미간의 금리 역전이 최대로 벌어진 데다 최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환율이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반등 중인 것도 금리인하 필요성을 억제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내년 반도체 경기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다. 여기에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내년도 수출과 성장이 우려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해졌다.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내년도 성장 전망을 1.6%로 제시한 바 있는데, 잠재수준인 1.8% 안팎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올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진한 경제성장률인데 이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하는만큼 금리 인하 필요성은 상실된 셈이다.

금리 인하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벌써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결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통화정책의 전망이 담겨있다고 알려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최근 2.8%대에서 등락하면서 기준금리 수준보다 30bp 정도 훌쩍 눈높이를 높였는데 통상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이런 흐름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마무리 단계에서 주로 나타나곤 한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이 전언이다.

심지어 지난 5월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급속히 회복 중인 현 경기 흐름을 반영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금리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선 가운데 하나인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