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반도체로 '딥시크 충격' 재현 노린다, 화웨이 SMIC 내년 성과에 주목

▲ 중국이 내년에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분야에서 큰 발전 성과를 증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화웨이 자체 설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용 제품.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올해 ‘딥시크’로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증명한 데 이어 내년에는 반도체에서 큰 진전을 이뤄내 미국의 규제를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고성능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2026년에 소프트웨어 및 프로그램 코드를 넘어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중국 신생기업인 딥시크가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에 필적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상용화해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딥시크는 미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이 엔비디아나 AMD의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를 확보할 수 없던 상황에서 개발돼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런 성과를 뒤따라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던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분야에서 내년에 큰 진전을 나타낼 잠재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와 캠브리콘, 메타엑스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현지 고객사들의 올해 전체 수요에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는 통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해당 기업들의 기술력은 물론 엔비디아와 비교해 뒤처지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에 수출을 허가한 반도체와 비교하면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자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해 인공지능 모델 학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도 자국 업체들이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도록 압박하며 화웨이를 비롯한 대표 기업들의 성장을 적극 돕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연산 성능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최신 화웨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시스템의 성능은 엔비디아의 첨단 제품과 유사하지만 전력 소모량은 4배 수준으로 파악됐다.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 성과도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은 성능이 낮은 반도체로 인공지능 모델을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포맷을 도입했다.
 
중국 AI 반도체로 '딥시크 충격' 재현 노린다, 화웨이 SMIC 내년 성과에 주목

▲ 중국 딥시크 기업로고.


이코노미스트는 화웨이와 캠브리콘이 모두 해당 포맷을 지원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격차가 미국과 좁혀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인공지능 반도체 제조 기반도 점차 발전하면서 내년에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현지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와 화웨이가 이러한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해 설계 이외에 제조업까지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수입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SMIC는 이에 따라 오래된 반도체 장비로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려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 수율이 크게 낮아지는 결과가 불가피하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반도체 공장의 수율이 대만 TSMC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해도 생산량은 자국 내 수요에 대응하기 충분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조사기관 새미애널리시스의 분석을 전했다.

결국 내년 말까지는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가 현지 고객사 수요를 대부분 충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미국의 중국 인공지능 기술 발전 견제가 실패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9년 트럼프 1기 정부에서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중국 반도체 기업을 향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인공지능 시장에서 기술 경쟁을 의식한 조치다.

이는 중국의 발전 속도를 단기적으로 늦추는 성과를 낳았지만 정부 차원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는 강력하게 힘을 싣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제약은 중국의 기술 자립을 더욱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내년에는 중국 반도체 업계가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